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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뜨거운 미국 고용지표 고용 강세 영향에 국채금리 급등 IB들, 1월 FOMC 금리 동결로 선회
미국의 지난해 12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탄탄했던 것으로 나타나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동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금융 시장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고용, 예상 밖 급증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에 전월 대비 25만6,000개의 비농업 일자리가 추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 15만5,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3월 이후 최대치다.
실업률도 11월의 4.2%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다고 평가하는 수준에 가깝다. 비자발적인 파트타임 근로자 등을 포함하는 체감 실업률인 U-6 실업률도 7.5%로, 11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주목하는 시간당 평균 임금은 35.69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에 부합했다. 11월 대비 0.3% 오른 것으로 전달 대비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다. 이는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원인이 아니라는 연준의 진단에 부합하는 수치다.
일자리 증가는 주로 보건·의료 부문(4만6,000건 증가), 레저·접객(4만3,000건), 정부 부문(3만3,000건 증가) 등에서 두드러졌다. 11월 고용이 2만8,000건 줄었던 소매 부문도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고용이 4만3,000건 늘었다.
지난해 여름 금융 시장에서는 미 노동시장의 급격한 냉각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증시가 폭락한 바 있다. 이후 연준은 작년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며 0.5%p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또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각각 0.25%p 인하했다.
금리 인하 물 건너가나
그러나 이번 일자리 보고서는 미국 노동시장이 부진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이달 28~29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고 3월 이후 회의에서의 금리인하 확률도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장 마감 무렵 97.3%로 반영됐다.
강한 미 고용 속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연준의 금리 경로 전망을 바꾸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12월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 뜨겁다며 월가의 많은 전략가들이 연준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미국 이코노미스트 아디티야 바베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연준이 금리를 장기간 동결한 뒤 결국 인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력한 가운데,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다시 상승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3월까지 FOMC가 다시 완화 조치를 취하려면 고용 보고서가 매우 나쁘게 나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리인하 횟수 전망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시건대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73.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74.0에서 1.1% 하락한 수치다. 반면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전월 2.8%에서 크게 오르며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전월 3.0%에서 3.3%로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美 국채금리 상승, 3대 지수 일제히 하락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자 미 국채금리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11일 동부시간 오후 3시 기준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8.30bp 오른 4.774%에 거래됐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396%로 전거래일 대비 12.20bp 급등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3.20bp 상승한 4.964%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1% 이상 하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강세보다 이번 고용보고서가 연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국 신규 일자리 수는 220만 개에 달했다. 이는 WSJ가 연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수치의 두 배 이상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