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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몸값인데 실적은 내리막" 새 주인 찾는 롯데카드, 매각 난항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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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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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인수 후보자 대상으로 티저레터 발송 시작
M&A에 보수적인 금융지주들, 조 단위 거래 기피 전망
무리한 외형 확장으로 실적에도 '빨간불'

롯데카드가 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티저레터(투자안내서) 발송 작업을 시작하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지난 2022년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이후 재차 인수·합병(M&A)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의 매각이 순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금융지주들의 보수적 태도, 높은 매각가, 불안정한 실적과 재무 건전성 등이 향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롯데카드 매각 재시동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매각 주관사인 UBS는 최근 인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티저레터 발송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KB금융과 하나금융 등이 티저레터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매각의 성패가 대형 금융지주사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카드사나 사모펀드(PEF) 등은 카드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최근 M&A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M&A는 불필요하다”고 발언했으며, 양종희 KB금융 회장 역시 올해 M&A 추진보다는 기존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금융지주들이 카드업 역량 강화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여전히 보험사 인수에 대한 의지가 있고, 카드사 포트폴리오 확장은 후순위로 보인다”며 “생명보험 포트폴리오 확대에 성공한 KB금융이 카드사 확장에 눈을 돌릴지도 미지수”라고 짚었다. 이어 "하나은행과 KB금융 외에도 대다수 금융지주들은 카드보다는 보험 위주로 비은행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금융지주들의 카드 사업 확장 의지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에 롯데카드의 매각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매각가는 여전히 조 단위

매각가 역시 향후 롯데카드의 매각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롯데카드는 높은 매각가에 발목을 잡히며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롯데카드 주식 4,471만7,000주(지분율 59.8%)를 보유 중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롯데카드의 첫 매각을 시도했다. 당시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MBK파트너스와 매각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논의가 무산됐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이 지난 현재도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조 단위다. 카드사 기업가치는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이상으로 산정된다. 지난해 3분기 말 롯데카드의 자본총계가 3조5,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최소 2조8,000억~3조원대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MBK파트너스 역시 2조원대 이상의 매각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금융지주들이 조 단위 몸값을 인정하고 선뜻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지다. 이와 관련해 한 M&A 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재무 건전성 악화와 카드 수수료율 인하, 내수 부진 등 겹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정치적 이슈로 금융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 인수 후보들이 조 단위 M&A에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MBK파트너스와 시장의 '눈높이' 차이가 재차 매각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적·재무 상황 '위태'

불안정한 실적 및 재무 상황도 롯데카드의 인수 매력을 반감하는 요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025억원으로 전년 동기(3,657억원) 대비 72% 감소했다. 지난 2023년 상반기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해 발생한 일회성 처분이익을 제외한 감소폭은 38.9% 수준이다. 

시장은 롯데카드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무리한 외형 확장을 지목한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이고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며, 이 과정에서 차입 등을 통해 적극적인 외형 확장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MBK파트너스 역시 지난 2019년 롯데카드의 경영권을 얻은 후 공격적으로 영업 자산을 늘렸고, 이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MBK파트너스의 확장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됐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여전채 금리가 뛰어오를 경우, 이자 비용 부담이 증가하며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PF 사업에서의 위험 부담도 확대됐다.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조723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만료를 앞둔 막대한 카드채 물량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6월 30일 만료 예정인 카드채는 12조8,100억원 규모며, 이 중 롯데카드의 만기 물량은 2조5,500억원에 이른다. 카드채 평균 발행금리도 4.24%로 카드사 중 가장 높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만기가 다가온 카드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금리로 카드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에 따라 롯데카드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은 실적 악화 국면에는 뼈아픈 악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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