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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총재 등 금리 추가 인상 시사
트럼프 2기 행정명령에 이목 집중
엔화 가치 절상에 시장 긴장감 팽팽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ank of Japan, BOJ) 총재와 부총재가 연일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일본은행이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측이 현실화하면 일본 기준금리는 2008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 0.5%에 올라서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그에 따른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물가 안정 확인, 다음 수순은 금리 인상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23~24일로 예정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책위원 중 과반이 추가 금리 인상에 찬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리를 비롯한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우에다 가즈오 총재와 우치다 신이치 부총재, 히미노 료조 부총재를 비롯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매체는 “일부 정책위원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금리 인상으로 결정내릴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가 쏠린 분위기다. 이달 14일 료조 부총재가 “1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여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우에다 총재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두 차례나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들 주요 정책위원의 발언 이후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은행이 1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한 응답자는 74%에 달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경기와 물가 측면에서도 뒷받침된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임금·가계소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데다, 보조금이 축소된 에너지 등에서 확인된 물가 상승세 또한 금리 인상을 지지한 것이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1월 2.7% 상승하는 등 1년간 줄곧 2%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일부 대기업들은 이전보다 큰 폭의 임금 인상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행은 물가가 2% 이상 안정적으로 오르고, 임금도 함께 상승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일본 기준금리는 연 0.5%가 된다. 지난해 7월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25%로 인상한 지 6개월 만이자,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이후 세 번째 인상 조치다. 일본의 기준금리 연 0.5% 수준은 2007년 2월부터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이목 집중
변수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꼽을 수 있다.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에만 약 200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수입품에 추가로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만일 관세와 관련한 행정명령에 일본이 포함된다면, 이는 주식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JP모건증권은 “미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일률적으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동차 섹터의 영업이익은 개별 기업에 따라 20%에서 많게는 10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증시를 떠받치는 자동차 등 주요 종목들이 하방 압력을 받게 되면 일본은행의 금융정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나아가 주변 국가에 대한 제재가 연쇄효과로 일본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사미치 아다치 UBS 경제학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 수준으로 출렁인다면, BOJ는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UBS는 일본은행이 올해 1월과 7월,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증시 폭락 우려 솔솔
BOJ의 금리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모습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조달해 해외에 투자하는 행위로, 여기에 ‘청산’이란 단어가 붙으면 엔화를 차입해 글로벌 자산에 투자했던 이들이 단기간에 돈을 회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례로 지난해 8월에는 국내에서 엔캐 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BOJ는 지난해 7월 31일 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8월 5일(월요일) 한국 증시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폭락장이 연출됐다.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 일시정지(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하는 등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8%, 11% 이상 급락했다.
엔화 가치가 상승세에 있다는 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는 요소다. 20일(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55.6엔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직전인 17일(156.28엔)보다 소폭 올랐다. 지난 8일(158.36엔)까지만 해도 160엔 선이 붕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던 것과 대비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예상을 뛰어넘은 엔화 강세는 미국 성장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으며 “일본 경제 회복이 강해지고 금리 인상까지 단행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강제 청산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