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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내달 중순까지 인수의향자 물색 中 국영기업과 국내 복수기업과 협상 중 C커머스의 韓 시장 침투 가속화 우려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키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티몬·위메프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 전 우선협상대상자부터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수익성이 나쁘고 신뢰도 바닥을 찍은 상태지만 이커머스 확장을 노리는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NC·중핵그룹) 계열의 사물인터넷(IoT)데이터그룹이 뛰어들어 매각 측과 협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아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매각주관사를 맡고 있는 EY한영회계법인은 내달 중순까지 인수의향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7월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같은해 9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은 스토킹호스(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당초 일괄매각을 추진했지만 분리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 EY한영회계법인은 총 63곳에 투자설명서를 배포했다. 금융사와 이커머스 기업 등 다양한 곳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5일 열린 '티메프 사태 관련 채권자 관계인 설명회'에서 조인철 티메프 운영총괄 법정관리인은 중국 국영기업인 CNNC와 국내 기업 두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기업에 매각을 원하고 있어 2월 중순까지 인수의향자를 추가적으로 찾을 계획이다. CNNC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원자력 에너지 기업으로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중국핵공업건설집단(CNECC)과 합병해 현재는 총자산이 5,000억 위안(약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말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총부채는 각각 9,936억원, 3,318억원이다. 당시에도 두 곳 모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EY한영회계법인의 실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티몬의 총부채는 1조191억원, 위메프의 총부채는 4,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티몬의 청산가치는 136억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928억원이다. 위메프의 청산가치는 134억원, 계속기업가치는 -2234억원으로 나타났다. 즉 청산하는 방향이 계속 사업을 영위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천만 가입자에 우발 채무 없어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
티몬과 위메프의 부채가 각각 1조원, 4,000억원을 넘는 상황이지만 인수 매력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회생기업 M&A(인수합병)의 경우 기업가치가 낮아 인수자는 기업의 보유 자산에 초점을 맞춘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의 가입고객을 합치면 수천만명이다"라며 "이는 활용할 수 고객 데이터가 수천만명이란 뜻인데 이커머스를 키우고 싶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발채무가 없는 점도 긍정 요소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는 우발채무가 없다. 모든 채권자들이 법원에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더라도 회생계획안에 따라 부채는 대부분 탕감한 채 인수하게 된다. 예를들어 매각대금으로 우선 일부 변제한 후 나머지 부채를 출자 전환해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부채가 남지 않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는 헐값에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는 셈"이라며 "출자 전환하면 주주들은 늘어날 수 있지만 부채가 탕감되면 인수 매력은 있다"고 말했다.
조 관리인은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이 올해 4월까지라고 했지만 딜 클로징은 해당 기간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관리인은 "2월 중순까지 인수의향자를 찾은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구체적인 일정이 잡힐 것 같다"며 "미정산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와도 적극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측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다음달 7일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고 제출 전 매각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어 매각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신세계 협력 등 中 자본 침투 가속화
특히 이번 티메프 인수전에 중국 국영기업 CNNC의 참전을 두고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CNNC 산하 IoT데이터그룹이 한국산 제품의 글로벌 유통망 확보를 목표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세계그룹 산하 G마켓과 손을 잡은 데 이어 테무까지 올해 정식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자국 제품을 수출하려는 중국의 공세가 매섭다. 향후 중국기업에 매각되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 출자 비율은 5대5로 설립할 합작법인에는 G마켓(신세계그룹 계열사)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업계에서는 G마켓이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가 보유한 200여개국 해외 네트워크에 올라타 전 세계로 판로를 넓히고 이를 계기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공신력 있는 G마켓의 60만 판매자망을 활용해 한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는 '중국에 60%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본격화한 모양새다. 중국이 높은 관세를 내야하는 미국 시장을 피해 한국에 사실상 '올인'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0월 한국 판매자(셀러)들이 해외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공식 출시했다. 판매자를 모집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향후 5년간 '수수료 0%'와 '보증금 0원' 정책까지 내걸었다. 중국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한국을 거점으로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로 상품을 재수출해 중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오랜 기간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국내 유통업체들도 중국이 내민 손을 내심 반가워하는 눈치다. 과거 SNS에서 '멸공'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을 비판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알리바바와 동맹을 맺은 것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11번가도 5,00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지금 인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도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이커머스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마트와 알리바바의 파트너십 체결에 대해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이 형성될 수 있어 이마트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특히나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해서 향후 이마트 및 JV(합작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겠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국내 기업을 인수해 업계 1등 쿠팡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