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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펀드 인수 4년 만에 5조원대에 매각 추진 인수 당시 SI로 참여한 F&F, 경영권 인수 참여 예고 엔데믹 이후 골프업계 불황도 인수전의 변수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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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이하 센트로이드)가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를 매각한다. 인수 4년 만에 실적을 2배 넘게 상승시키는 등 단기간에 밸류에이션을 높였다는 평가다. 센트로이드는 다수의 원매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 연말까지 딜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21년 인수 당시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했던 F&F의 우선매수권과 동의권 논란, 골프업계의 불황 등이 변수로 꼽힌다.
센트로이드, 골프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매각 추진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매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센트로이드는 지난 2021년 약 2조1,000억원을 들여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 탑골프캘러웨이와 함께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로 꼽힌다. 설립 6년차에 조단위 초대형 딜을 성사시키면서 주목을 끌었다. 덕분에 센트로이드는 운용자산(AUM) 기준 20위 안에는 드는 PEF로 급성장했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를 품은 이후 경영 능력도 입증했다. 테일러메이드의 매출액은 인수 이전인 2020년 9억4,300만 달러(약 1조3,645억원)에서 지난해 14억4,400만 달러(약 2조895억원)로 껑충 뛰었다.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같은 기간 1억700만 달러(약 1,548억원)에서 2억2,150만 달러(약 3,213억원)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갖춘 만큼 센트로이드는 35억 달러(약 5조6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다. 4년 전 인수가가 약 2조1,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시기는 올해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 PEF 운용사, 글로벌 스포츠사 등 원매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트로이드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매각 반기 든 F&F, "동의없는 제3자 매각 불가"
하지만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당시 SI(전략적투자자)로 참여했던 F&F는 이번 제3자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IB 업계에 따르면 F&F가 테일러메이드를 보유한 센트로이드와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21년 7월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를 약 17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고 F&F는 총 5,000억원을 출자했다. 이 과정에서 센트로이드는 F&F에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공개(IPO)와 매각 등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한 사전동의권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논란은 센트로이드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불거졌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투자 회수를 위한 매각을 검토 중이며 이 과정에서 F&F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F&F는 센트로이드가 자신들의 동의권 보유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F&F의 사전동의권이 존재함을 알리는 내용을 발송했다. 이에 기존 투자자들은 뒤늦게 해당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F&F 측은 당시 센트로이드가 투자 유치를 위해 우선매수권과 동의권을 보장했고 해당 계약 조건에 따라 SI인 F&F의 동의 없이 제3매각 진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전제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만큼 향후 경영권 인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자(LP)인 F&F가 사전동의권을 보유한 점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로써는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엔데믹 이후 골프장·용품 등 관련업계 불황 심화
골프업계의 불황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고공행진 하던 골프장 업계는 2023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성장세가 꺾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과 관련한 산업의 매출은 예년에 비해 10%~15%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난해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골프장 내장객이 감소하고 매출이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팬데믹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린피와 각종 부대비용이 이용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골프산업에 매출과 내장객 감소에 절대적 원인이 됐다. 특히 대중제 골프장의 고가의 그린피 정책이 부메랑이 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골프업계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팬데믹 특수로 가격이 폭등했던 골프장 매매가도 지난해부터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 2022년 홀당 160억 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1년 새 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금리 상승에 부동산 경기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희망 가격의 차이가 커 성사율까지 하락했다. 삼정KPMG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대비 낮은 인수 가격과 높은 기대수익률, 국내 골프장과 연계된 밸류체인 확장 등 목적으로 일본·베트남·필리핀 등에 있는 골프장 투자에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한국 골퍼들이 많이 방문하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에도 대형 외국 IB(투자은행)와 PE(사모펀드)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골프용품 시장의 사정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가 뚝 떨어져 각 용품업체와 용품 유통이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GfK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인 1~5월의 골프용품 감소세는 2023년 1~5월 대비해 23%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오프라인 숍 운영을 종료하는 유통사도 있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초 전국 40여 개 골프전문숍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골프 시장이 얼어붙자 부실한 오프라인 전문점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골프 의류 브랜드 자회사 멕케이슨을 PEF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J&W파트너스)에 매각했다. 현재 맥케이슨이 자본잠식 수준으로, 재무상태가 극히 악화돼 기업 존속이 불확실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매각가가 극히 낮아 자금유입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모회사인 스마트스코어에서 자금을 빌려 명맥을 유지해온 적자 자회사가 하나 줄어드는 데에 의미를 둘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