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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총리, 안정적 성장 약속 국내 소비 촉진 최우선 과제로 "단기적 확장 아닌 장기 목표 향한 진전"

리창 중국 총리가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압력과 무역 난기류에 직면해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약속했다. 내수 확대를 통해 중국을 '거대 소비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특별국채 발행 및 시장 유동성 주입 확대
26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하계 다보스'로 알려진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발전이 "단기적인 확장이 아니라 장기 목표를 향한 꾸준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수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은 "중국을 제조업 강국이 되는 것 외에도 거대 소비 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중국 정부는 올해도 특별국채를 발행하고 시장 유동성 주입을 늘리며 내수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재정부는 2,860억 위안(약 56조원) 규모의 특별국채·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했고, 같은 날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6,000억 위안(약 117조원)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4월 말 만기 도래한 1,000억 위안을 고려하면 4월에만 MLF를 통해 5,000억 위안(약 98조원)을 순공급한 것이다. 이는 2023년 12월 이래 최대 규모다.
이번 발행 물량은 1차 분으로 중국 정부는 올해 20·30·50년물 초장기 특별국채도 1조3,000억 위안(약 255조원)어치를 발행해 내수 부양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밍밍 중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유은행 자본 확충은 은행의 실물경제 지원 능력을 강화시킨다"며 "8배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5,000억 위안의 자본 확충은 4조 위안의 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판 뉴딜 정책'으로 내수 부양
중국 정부는 또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지방정부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민은행(PBOC)은 지난달 기준금리와 모기지 금리를 인하했다. 아울러 PBOC는 다른 5개 정부 부처와 함께 소비 촉진을 위한 재정 지원에 관한 문서를 발행하면서 메시지를 강화했다. 보고서에 요약된 19개 조치 중에는 거시경제 펀더멘털 강화, 고용 지원, 사회 보장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구환신(以旧换新·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보조금 지급)’ 등 소비 진작책도 시행하고 있다. 이구환신은 가전제품과 디지털 기기, 자동차 등 분야에 대해 정부가 직접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보조금 총 예산은 3,000억 위안(약 57조원) 규모다.
이 같은 정책들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도입했던 뉴딜 프로그램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소비자 구매력 제고를 통해 민간 수요를 견인하고, 이를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접근이다. 동시에 중국은 ‘애국소비’라는 감성적 전략도 동원하고 있다. 국산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자 정서를 자극하는 캠페인이 공공연히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주의적 소비 동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기반 제조업 생태계를 견고히 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中 ‘내수 진작’ 구매보조금 이미 동났다
문제는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다. 이구환신 정책 보조금만 해도 5월 말 기준으로 이미 절반인 1,500억 위안(약 28조원) 이상이 소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는 전국에서 연말까지 시행을 예고했는데, 예산 소진과 시스템 정비 등 이유로 여러 지역에서 보조금 신청이 중단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온라인 쇼핑행사 ‘618’의 영향으로 500억 위안(약 9조5,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소모돼 6월까지 전체 예산의 70%가량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배경에는 예산 소진 외에도 시스템 정비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광둥성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제품 일련번호를 등록하고 중고제품 회수 인증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장쑤성은 하루 한정 예산(670만 위안) 내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일 한도제’를 시행하며, 온라인 신청에서 오프라인 신청 방식으로 일부 전환하고 있다.
이는 부정수급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간 중국에선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하거나, 이미 받은 보조금을 중복 수령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최근엔 대학생이 아닌 사람에게 대학생 대상 보조금을 받게 해주고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불법 거래가 발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국가 보조금이 적용된 휴대전화를 되팔아 건당 수백위안을 버는 것으로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