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선점 움직임 본격화, 한은 “신중해야” 경고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한은 "스테이블코인 확산, 코인런 등 다양한 잠재 위험"
기술 오류·범죄 악용·환율 변동성·자본 유출입 확대 우려
통화 신뢰성 저하 등 따른 통화정책 유효성 제약 가능성도

국내 주요 시중은행 8곳이 손잡고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기반 코인의 독주를 견제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및 외환시장 충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은행권 주도 ‘한국판 테더’ 띄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농협·기업·수협·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8개 은행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 및 금융결제원과 협력해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은행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디지털 자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발행하지만, 법정화폐나 국채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디지털 화폐다. 

현재 은행 간 공동 인프라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로, 법제도 정비 이후 올해 말~내년 초 합작법인 설립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화 코인의 발행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신탁형 모델(고객 자금을 별도 신탁 후 코인 발행)과 △예금토큰형(은행 예금과 1:1 연동해 코인 발행) 두 방안을 놓고 기술적·법률적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330조 시대, 달러 주도권 견제

시중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나선 건 전통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나 환전 수단에 사용되면 은행의 예금이 이탈하고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국내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예습’을 시작한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외국계 달러 코인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유됐다”며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를 통해 국내 금융 시스템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중개기관을 끼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언제든 국내외로 돈(코인)을 빠르고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27조6,000억 달러(약 3경7,600조원)를 기록했다. 신용카드(비자+마스터카드) 전체 거래액(25조7,000억 달러·약 3경5,000조원)을 웃돈다.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로 꼽히는 미즈호와 미쓰이스미토모(SMBC),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공동으로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를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중개기관 없이 국경 간 자금을 송금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JP모건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들도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 형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Bo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는 지난 2월 “은행의 참여가 허용되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작용 다 막자니 “배보다 배꼽”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디지털 자산 기반 산업 활성화와 성장 촉진을 위해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다 막을 순 없는 데다 관련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 거주자 입장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효용성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을 거래하고 싶을 때 굳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지 않고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또 무역거래나 해외 송금 시 시간과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점이 자본 유출이나 자금 세탁 범죄에 악용될 우려를 감수할 만큼 크냐는 것이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달리 국내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할 때 감독 당국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만약 북핵 위협이 심화할 경우 해외로 자본이 유출되면서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도 외환거래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단 원화가 디파이(DeFiㆍ탈중앙) 생태계에 편입되면 거래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워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중론이 팽배하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통화정책'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을 중심으로 허용하고, 비은행권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취지와 혁신 가능성에 공감하면서도 중앙은행으로서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거시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의 혼란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 미리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험성도 언급됐다. 유 부총재는 "소위 '코인런'이 발생하면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더욱 안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임선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미디어의 영향력을 무겁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리한 시각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