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SM엔터, 키이스트 '청담·KNT인베스트먼트'에 매각 "반도체·바이오 투자사들인데", 투자 배경에 이목 집중 몸값 하락으로 손실 본 SM엔터,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의 한계

SM엔터테인먼트가 손자 회사인 키이스트를 매각한다는 확정 공시를 냈다. 지난해 SM엔터의 비핵심자산 매각 계획이 공개된 뒤로 시장 곳곳에서 제기되던 키이스트 매각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청담인베스트먼트, 케이엔티(KNT)인베스트먼트 등 FI(재무적 투자자)가 선정됐다.
SM, 키이스트 매각 공시
17일 SM엔터는 “자회사인 SM스튜디오스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관련해 주간사 안진회계법인과 매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이어 “SM스튜디오스는 키이스트 지분 매각과 관련해 2월 14일 청담인베스트먼트와 KNT인베스트먼트를 우협으로 선정했다”며 “SM스튜디오스는 우협과 주요 계약 조건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 요구에 최종 답변을 제시, 2024년 초부터 불거진 매각설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2월 SM엔터 측은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2,800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시장에서는 꾸준히 키이스트가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매각 협상을 진행하게 된 SM스튜디오스는 2021년 설립된 SM엔터의 콘텐츠 총괄 자회사다. SM엔터는 SM스튜디오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며, 이를 통해 키이스트와 SM C&C 등을 손자 회사로 두고 있다. 키이스트는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보건교사 안은영’, ‘드림하이’ 등을 제작했다. 대표적인 소속 아티스트로는 배우 김서형, 배정남 등이 꼽힌다.
청담·KNT, 키이스트 투자 왜?
이번 공시를 두고 시장 곳곳에서는 우협으로 선정된 청담·KNT인베스트먼트의 키이스트 투자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청담·KNT인베스트먼트가 반도체 및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 왔기 때문이다. 청담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설립된 한국계 벤처캐피털(VC)로, DS자산운용과 국내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큐알티에 공동 투자하며 지난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경력이 있다. KNT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된 사모펀드(PEF)로, 싱가포르·북미·유럽 등을 포함한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과 바이오 헬스케어 섹터에 주로 투자한다. 현재 KNT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동방메디칼과 오스트리아노바, 닷바이오 등이다.
청담·KNT인베스트먼트가 기존 포트폴리오와는 무관한 분야에서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 사가 키이스트가 품은 '가능성'을 눈여겨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키이스트는 최근 수년 스튜디오플로우, 보야저필름 등을 인수하며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해 왔다"며 "투자자들이 이들 자회사와 키이스트의 시너지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2년 키이스트의 자회사로 편입된 스튜디오플로우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는 감독들이 모여서 설립한 예능 및 드라마 제작사이며, 2023년 키이스트에 인수된 보야저필름은 해외 특수 촬영에 특화된 기업이다.

2018년 대비 몸값 미끄러져
한편 시장은 키이스트의 '매각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SM스튜디오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키이스트 지분 33.71%를 매각할 예정이며, 주당 매각가는 5,000원대 수준이다. 키이스트는 37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새 주인의 품에 안기는 셈이다.
문제는 앞서 2018년 SM엔터가 당시 키이스트 대주주이자 최고 전략 책임자(CSO)였던 배용준의 지분 25.12%를 500억원에 확보했다는 점이다. 수년 사이 키이스트의 몸값이 미끄러지며 SM엔터가 상당한 규모의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키이스트 몸값 하락의 원인으로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 특유의 '한계'를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우 매니지먼트는 가수 매니지먼트 대비 수익 구조에 한계가 있다"며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은 음악, 공연, MD상품, 팬미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은 다각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이스트를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FI가 직접 나서 인수하는 현 상황은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