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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무기 구매 검토 HIMARS 등 첨단 무기 포함 100억 달러 규모 FT "트럼프 친화적 관계 조성을 위한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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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가운데, 대만 정부가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위해 협상에 돌입했다. 이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만의 자국 방어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거래적 동맹관을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산 첨단 무기의 구매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만 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에도 미국으로부터 201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수입한 바 있다.
中 군사적 압박 속에 美 지지 확보 위한 결정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무기 구매 결정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 대만의 자체 방어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매 목록에는 첨단 무기로 분류되는 해안 방어용 순항미사일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가 포함돼 있으며 계약 금액은 최소 80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바로 답변하지 않았으나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만에 신속하게 무기를 인도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산 무기 구매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방어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성명을 통해 "군사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든 무기와 장비는 입찰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은 향후 정밀 유도탄, 방공 체계 업그레이드, 지휘통제 시스템, 예비군 장비, 대(對)드론 기술 구입 등을 포함한 특별 방위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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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1기 210억 달러 규모 무기 구매
대만이 미국산 첨단 무기의 대규모 구매를 추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 정부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공격에 대비한 국방력 강화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F-35 전투기 최대 60대, 노스롭 그루먼사의 공중 조기경보통제기인 E-2D 어드밴스트 호크아이 4대, 미 해군의 퇴역 이지스(Aegis) 전함 10척,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400기의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무기의 구매액이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FT는 "대만의 미국산 무기 구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며 "무기 구매는 새 행정부와 친화적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보증금 성격"이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내 강조해 온 이른바 ‘동맹 비용’ 개념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협력에는 동맹국의 비용 지불이 필수적이라는 '거래적 동맹관'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기조하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유럽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한국·대만·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방위비 지급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시절인 2019~2020년에도 대만은 F-16V 전투기(80억 달러), M1A2T 에이브럼스 전차(20억 달러), 해안 침투 저지용 하푼 방어 미사일 시스템(23억7,000만 달러) 등 총 210억 달러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였다. 반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인 대형 무기보다는 중국의 공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동성이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 정부는 무인공격기 MQ-9 리퍼 등 비대칭 작전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 등 모두 7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레이더·잠수함 등 기존 무기의 개량도 추진
대만은 무기 구입에 멈추지 않고 무기 개량·개발 작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은 대만이 중국의 군사 안보 위협에 맞서 공군 레이더 장비와 잠수함 개량에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J-20 전투기와 신형 드론을 실전 배치함에 따라 대만 공군은 주력 방공 레이더인 고정 진지용 조기경보 시스템(FPS-117)과 기동 조기경보 시스템(TPS-117)의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다. 대만은 2002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FPS-117(7세트)와 TPS-117( 4세트)를 도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대만은 현재 운용 중인 젠룽(劍龍)급 잠수함 2척의 전투시스템 개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 측 관계자는 "예비시스템 등 3개 전투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수가 끝나는 2027년이면 젠룽급 잠수함 전투력이 상당히 향상돼 중국군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군의 대만 포위 전략과 제1도련선 봉쇄 전략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진수한 첫 자국산 방어형 잠수함(IDS)에 이어 7척 이상의 IDS를 건조해 대만 주변 해역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이 설정한 작전 반경 중 하나인 제1도련선은 일본 쿠릴열도와 대만 동쪽, 필리핀 서쪽, 믈라카 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을 말한다.
대만은 미국과 무기를 공동 생산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주미 대사 격인 위다레이 주미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TECRO) 대표는 지난해 10월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과의 인터뷰에서 대만과 미국이 무기 공동 생산·연구개발(R&D)과 관련해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위다레이 대표는 “미국 장비를 대만 내에서 생산 또는 조립해 대만을 미국 군사 공급망의 일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부 무기의 인도 지연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