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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방예산 삭감에 요동친 방산주, 유럽은 상승하고 미국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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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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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유럽 패싱'에 유럽 정상들 '자강론' 강조
유럽 주요국 방위비 증액 움직임에 유럽 방산주 급상승
미국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올해 들어 13%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예산 삭감 발언에 이어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추진 움직임이 방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패싱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 맞물리면서 유럽 방산업체의 주가는 급등한 반면, 미국 방산업체들은 내림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NATO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군비 증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유럽 방산주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라인메탈,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

17일(현지 시각) 유럽 방산업체의 주가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배런스, 유로뉴스, 마켓인사이드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삭감 발언과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추진, 유럽 지도자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유럽 방산업체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 독일의 헨솔트는 전 거래일 대비 14%, 티센크루프는 18% 상승했고 라인메탈의 주가는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100유로 미만이었던 주가는 900유로에 육박했다. 라인메탈은 155mm 포탄을 포함한 대규모 포병 탄약을 생산하는 독일의 방산업체다.

이 외에도 영국 BAE시스템스는 전 거래일 대비 7%,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5.27%, 프랑스 탈레스는 4.72%, 스웨덴 사브는 10.34%, 노르웨이 콩스베르그 그루펜은 6% 상승했다. 프랑스 다쏘 항공도 5% 가까이 상승하는 등 유럽 전역의 방산주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상승했다. 반면 미국 방산업체의 주가는 하락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올해 들어 13% 하락했고 같은 기간 제너럴다이내믹스는 8%, 노스롭그루먼은 6.5%,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는 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방산주의 상승을 이끈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자국의 방산업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하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방위비 관련해 상반된 발언으로 시장 혼란

자국 방산주의 하락을 이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러시아와의 국방 지출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이 정리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회담 중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이라며 "그 자리에서 3국의 군사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세 나라는 이미 세상을 50번, 100번 넘게 파괴할 수 있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 핵무기 제조는 불필요하다"며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국방예산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캠페인부터 취임 이후까지 국방예산에 대해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끝내길 원한다면서도 전쟁으로 인해 미국 무기 구매가 증가한 점을 강조했다. 정부효율부(DOGE)를 조직해 예산 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중에도 강력한 군사력을 강조하며 '미국판 아이언돔(Iron Dome of America)'으로 불리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CNBC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현재 국방 예산과 관련해 상충하는 흐름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시장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을 두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인 NATO의 방위비 목표치를 'GDP의 5%'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대선 유세 중 'NATO 동맹국이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이들을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강경 기조는 취임 후에도 이어져 지난 13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유럽의 안보는 유럽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호구(Uncle Sucker)로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유럽 방산업계의 미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럽 국가들의 국방예산 증액이 미국의 무기 수출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 6월부터 12개월 동안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액 750억 유로(약 830억 달러)의 78%가 유럽 외 지역으로 흘러갔으며, 그중 63%는 미국 제조업체에 돌아갔다. 국방 기술을 가늠하는 R&D 지출 규모에도 격차가 크다. 2022년 기준 유럽의 방위 R&D 지출은 전체 방위비의 약 4.5%인 107억 유로(약 118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미국은 전체 방위비의 16%인 1,400억 달러를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비 'GDP 5%' 요구에 유럽 재정 시험대 올라

이러한 흐름 속에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관내 안보 보장에 있어 유럽 국가들의 역할 확대와 국방비 지출 증가 등을 포함한 일명 '유럽 자강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없이 유럽 국가만으로 러시아를 견제하고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면 방위비 부담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유럽연합(EU)의 양대 산맥인 독일과 프랑스가 침체기에 접어들어 당장 방위비 지출을 올릴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무리한 방위비 지출 확대가 유럽 국가들의 국가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서 "안보 보장을 위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으며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희생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 S&P 글로벌은 "유럽 국가들이 국방예산을 GDP의 5%까지 늘리면 연간 8,75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한다"며 "다른 지출을 줄여 상쇄하거나 신용도에 부담을 주지 않고는 개별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훨씬 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재정적자 수준으로 볼 때 유럽 재정이 방위비 확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U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GDP의 약 120%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지고 있으며 연간 재정 적자는 6% 수준이다. 반면 EU 회원국의 평균 부채는 GDP의 약 81.5%, 연간 재정 적자는 2.9%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다. 이에 대해 유럽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 연구소는 "미국은 2009년 이후 미국이 적자를 이용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국가들보다 5배 더 많은 자금을 경제에 투입한 결과"라며 "대부분의 EU 국가는 더 높은 공공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갈등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국방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복지 예산 삭감이 불가피해 정치적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14일 "복지 예산을 줄여 국방 예산을 늘리면 사회가 분열되고 이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은 극우 정당뿐"이라고 우려했다. 외신들은 오는 23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이 정치적 의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지금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EU 전체가 너무 늦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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