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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상장 데이원컴퍼니, 적자전환 상장 전 제시한 실적 추정치 밑돌아 투자자들 환매청구권 수요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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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전 흑자를 자신했던 데이원컴퍼니가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영업 적자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45억원 규모의 영업흑자를 낼 것이란 주관사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주가도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어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행사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매출 1,277억·영업손실 3.5억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이원컴퍼니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억5,076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3년엔 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1년 만에 적자 전환한 것이다. 데이원컴퍼니는 영업이익 적자 전환 이유에 대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법률, 회계수수료의 증가로 인해 일시적인 영업비용 증가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기순이익 변동 요인에 관해서는 “공정가치평가 대상 금융부채 평가액 감소로 인해 세전손실 및 당기순손실 감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데이원컴퍼니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45억7,2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원컴퍼니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4분기 실적이 개선돼 온기(연간) 기준으로는 3분기 누적치보다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데이원컴퍼니의 영업손실은 700만원이었다. 잠정 실적을 고려하면 4분기에만 3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주관사 추정치에 부합하려면 4분기에만 45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어야 했다.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액 증가세도 꺾였다. 지난해 데이원컴퍼니의 매출액은 1,276억5,757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3년과 비교하면 9.5% 늘었지만, 2021년(전년비 103.09% 증가), 2022년(22.5%), 2023년(12%)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줄었다. 게다가 상장 전 주관사가 제시한 추정치(1,400억원)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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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R 활용에 수요예측부터 부진
올해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데이원컴퍼니는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공모가를 정하기 전 이강민 대표는 공모가가 과하게 높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결국 데이원컴퍼니는 공모가를 희망 범위(2만2,000~2만6,700원) 하단 대비 40.9% 낮춘 1만3,000원에 정했다. 의무보유 확약은 한 건도 없었다.
이 같은 수요예측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다. 최근 공모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예비 상장사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까다로워진 상태여서다. 데이원컴퍼니와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미트박스글로벌과 와이즈넛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1호 상장사로 나선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달 23일 첫 거래에서 공모가에 견줘 25% 급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 자금이 풀리는 1월, 새해 첫 공모주는 흥행한다는 속설도 통하지 않은 셈이다.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과 발행사 간 간극도 컸다는 후문이다. 데이원컴퍼니는 비교가치 평가법으로 주가매출비율(PSR)을 택했다. 매출 성장성이 높으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데이원컴퍼니는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978억원을 연환산한 1,304억원에 비교기업 7곳의 평균 PSR 3.33배를 곱해 할인 전 가치 4,338억원을 도출했다. 그런데 그리드위즈와 블루엠텍 등 PSR 기반으로 몸값을 책정했던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후 내리막을 걸었다. 즉 데이원컴퍼니에도 보수적인 투자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주가
상장 이후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코스닥 상장 첫날인 지난달 24일 데이원컴퍼니는 공모가보다 40% 낮은 7,800원에 마감했다.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변동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된 후 하한가(동시호가 -10%+정규장 -30%)에 거래를 마친 회사는 현재까지 데이원컴퍼니가 유일하다.
19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주가도 6,880원으로 공모가의 절반 이하까지 밀렸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차익을 낼 기회가 없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는 섹터가 아닌 신규 상장 기업이 고평가 논란까지 겪을 경우 주가 폭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모주는 테마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환매청구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데이원컴퍼니는 이익미실현 기업 특례(테슬라 요건)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모 청약에 참여해 주관사로부터 배정받은 공모주에 환매청구권을 두고 있다.
환매청구권은 상장 후 주가가 일정 기간 안에 공모가 아래로 내려갈 경우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예컨대 1만원짜리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면 해당 주식의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져도 이를 9,000원에 팔 수 있다. 데이원컴퍼니 환매청구권 가격은 주당 1만1,700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일반 청약자 물량은 23만8,175주, 삼성증권의 물량은 10만2,075주다.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데이원컴퍼니 공모주를 받은 일반 청약자 모두가 환매청구권을 행사하면 미래에셋증권은 27억8,664만원을 떠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