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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 '굿바이 차이나' 미·중 무역 갈등 격화하자 '脫중국' 행렬 생산공장 옮기고 사업 원점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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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다국적 기술기업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말고는 어디든’(anything but China)을 뜻하는 ‘ABC’가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른 양상이다.
美 기업 30% "공장 이전 시작"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존에 중국 외의 보완 공급망을 확보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했던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아예 중국을 떠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연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60명 중 30%는 생산 기지 이전을 고려하거나 이미 시작했다고 답했고, 기술 및 연구개발( R&D) 기업의 약 4분의 1은 공급망을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품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앞서 기업들이 제품 조립만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센서와 인쇄회로기판(PCB), 전력 전자장치와 같은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이전하고 있다.
엑소더스 경향이 가장 뚜렷한 분야는 미·중 간 기술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다. 미국은 지난 2년간 중국이 최첨단 칩과 장비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했고, 이에 중국은 자체 칩 개발을 추진해 왔다. 중국은 세계 서버 생산의 가장 큰 허브 중 하나였지만, 미국이 2022년 10월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이후 AI 서버는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점점 더 많이 조립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들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 리서치는 지난해 미 정부의 압력으로 중국 기업을 공급망에서 제외했고, 전력 시스템 및 전기 부품을 만드는 어드밴스드 에너지 인더스트리스는 오는 7월까지 중국의 마지막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기업들 탈출 러시, 베트남·인도에 새 공장
이 같은 탈중국 움직임에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18년 1,550억 달러(약 223조 5,800억원)에서 2023년 2,300억 달러(약 331조 7,700억원)로 증가했다. 칩 제조업체 인텔, 인피니온, 마이크론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노트북 제조업체 HP는 지난 3년간 조립 기지에 태국을 추가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반도체, 컴퓨터 및 기타 전자 제품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1,370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여파로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대부분의 노트북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비중이 80%로 줄어들고 베트남과 태국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중국 기업도 서구 고객들의 요청에 호응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추세다. 중국의 데이터 센터용 광 트랜시버 제조업체인 신역성통신기술은 해외 고객에 대한 공급을 늘리고 미·중 긴장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태국 공장을 확장했다. 또 노트북, 태양광 패널 및 산업 기계용 납땜 재료를 생산하는 바이탈신소재는 동남아시아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우리 기업들도 생산 거점을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옮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7월 방한한 팜민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을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닌성에 18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박닌성에 대한 삼성그룹 누적 투자액은 83억 달러(약 11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LG디스플레이도 베트남 하이퐁 OLED 생산시설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고, LG이노텍 역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하이퐁 공장 증설을 위해 3,759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11월 공시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인도 증시에 현지법인 상장을 추진 중이며 세 번째 가전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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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력·장비 못 나간다", 생산기지 이전 저지
이에 중국은 주요 기업들의 생산 기지 이전 저지에 나선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당국은 규제 기관과 지방 정부에 기술 이전 및 장비 수출을 제한하도록 구두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인력과 특수 장비의 해외 이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 생산을 강화하고 잠재적 실업을 방지하며, 미국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도입할 경우 고관세를 우려한 외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중국 탈출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조치의 영향으로 애플의 주요 생산 파트너인 대만 폭스콘은 중국 직원들의 인도 파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도 공장은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특수 장비를 추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애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 국가로 부상한 상황이다.
동남아 지역도 중국의 제한 조치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최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에서는 중국산 장비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애플에 장비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 두 곳의 경우 지난해부터 인도 수출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특별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모든 국가를 동등하게 대우하며 세계 각국 기업에 열려있다”며 “다른 국가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