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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부터 美까지" 말레이시아, 글로벌 기업 '둥지'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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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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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스마트폰·전기차 시장 등 석권한 中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줄줄이 말레이시아 진출
"싱가포르 대신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설립 수요도 몰려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을 찾는 중국과 경제 성장률 제고를 위해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하는 말레이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 외에도 수많은 국가의 첨단 기술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현지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일부 시장에서 말레이시아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中 기업, 말레이시아 영향력 확대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기업들은 말레이시아 시장 내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샤오미의 말레이시아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은 23.7%에 달한다. 이는 시장 1위인 삼성(점유율 26.0%)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점유율 3위 기업은 애플(13.8%)이며, 그 뒤로 비보(11.7%), 오포(11.5%), 아너(4.4%) 등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BYD가 39.3%의 점유율을 기록, 테슬라(23.6%)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점했다. 중국의 유력 기업들이 속속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에 진출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말레이시아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이점'이 있다. 중국 상무부가 발간한 ‘대외투자합작 국가별 가이드: 말레이시아(2024년판)’ 보고서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중심부에 있어 아세안 시장은 물론 중동, 호주 및 뉴질랜드 진출을 위한 교량이 될 수 있다”며 “탄탄한 경제 성장 전망에 풍부한 원자재, 높은 품질의 인적 자원 등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말레이시아는 매력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이에 더해 말레이시아의 탄탄한 화교 인프라도 중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2023년 기준 말레이시아 내 화교 인구는 약 768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23% 수준이다.

말레이시아도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2년 전년 동기 대비 8.7%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2023년 3.6%로 눈에 띄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양국 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중국의 말레이시아 투자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9년 79억 2,000만 달러(약 11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중국의 말레이시아 직접투자액은 2023년 134억8,000만 달러(약 19조4,000억원)로 4년간 70% 이상 급증했다.

말레이시아에 터 잡는 반도체 기업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중국 외에도 수많은 국가의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시장에서 특히 눈에 띈다. 관광지로도 잘 알려진 말레이시아 페낭 지역에는 현재 인텔, 마이크론, AMS오스람, 인피니온, AMD, 르네사스 등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페낭 주정부는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분야 투자에 힘입어 2023년에만 128억 달러(약 18조3,820억원)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페낭에서 이뤄진 외국인 직접투자를 모두 더한 금액보다 큰 규모다. 

시장에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며 말레이시아가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중립 지대'로 부상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이 대중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공급망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다. 웡시우하이 말레이시아반도체산업협회(MSIA) 회장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중립국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중국, 그리고 다른 국가 모두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림 리 리안 사회진보연구 부소장도 "말레이시아의 중립 브랜드가 강력한 경쟁력"이라며 "반도체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도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앞서 지난해 5월 최소 5,000억 링깃(약 145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반도체 설계,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반도체 제조 장비 산업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투자금 확보를 위해 국부펀드 등을 통해 최소 250억 링깃(7조2,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에퀴닉스의 말레이시아 조호르 소재 데이터센터 렌더링 이미지/사진=에퀴닉스

'데이터센터 허브'로도 주목

말레이시아의 존재감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구글(투자 규모 2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2억 달러), 아마존(60억 달러)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줄줄이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에퀴닉스, 욘더, 케펠 DC, 바이트댄스, NTT 등 세계 주요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앞다투어 말레이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말레이시아 전력공사(TNB)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데이터센터 규모는 2023년 122㎿(메가와트)에서 작년 474㎿로 4배가량 성장했으며, 2028년 5,00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무디스가 예상한 2028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용량(2만4,800㎿)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세안 주요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시장의 발전을 가속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이 시작된 아세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클라우드·AI 생태계를 육성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말레이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접국인 싱가포르의 '데이터센터 건설 장벽'도 말레이시아에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싱가포르는 지난 2019년 에너지 및 물 소비 문제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데이터센터 용량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노선 전환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엄격한 친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여전히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은 싱가포르 대신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등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자원과 개발 가능한 토지가 풍부한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같은 소규모 도시 국가 대비 저렴한 가격에 사회간접자본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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