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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저비용 제조업 버리고 ‘기술 강국’ 비전 선포 첨단 기술, 기반 시설, 제도 개혁으로 목표 달성 비효율 개선과 제도 개혁 ‘숙제’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높이려는 베트남의 야심 찬 경제 개혁이 닻을 올렸다.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전통적인 저부가가치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개발과 기반 시설 확장, 전면적인 제도 개혁을 단행하려는 베트남의 목표는 명확하다. 2045년까지 고소득국으로 올라섬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경제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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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작년 GDP 성장률 7.1%
베트남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09%로 국제 사회의 기대를 넘는 주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만들어 냈다. 대형 태풍 야기(Typhoon Yagi)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얻어낸 성과라 더 의미가 깊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산업 분야의 반등이 뚜렷한 가운데 관광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도 각각 2.71%와 2.24%로 통제권 아래 있으며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도 3.63%로 정부 목표선 밑에 있다. 심지어 장기간 베트남 경제 성장의 장애물로 여겨져 온 부동산까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을 앞두고 대두된 낙관론은 전년 대비 높아진 부동산 판매율과 거래 가치로 나타나고 있다.
첨단 기술 산업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 ‘시동’
장기 집권했던 응우옌 푸 트롱(Nguyen Phu Trong) 전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를 이은 또 럼(Tô Lâm) 총서기는 ‘새로운 발전의 시대’(new ear of development) 비전을 선포하고 ‘기술’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정의했다. 임금 인상 흐름 속에서 저비용 제조업 모델의 한계를 인식한 베트남 정부가 첨단기술 혁신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의 새로운 경제 전략은 HSR(High-Speed Railway, 북쪽의 수도 하노이와 남쪽의 호찌민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이하 고속철도)과 사상 최초로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다. 모두가 2026~2030년 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공산당의 계획이다.
진영 가리지 않는 ‘포괄적 외교 전략’으로 해외 투자 급증
이러한 베트남의 경제 변화 움직임 뒤에는 유연한 외교 전략이 숨어 있다. 2023~2024년 9개월 동안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바이든(Biden)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차례로 방문한 것은 베트남의 글로벌 위상 강화와 함께 진영을 가리지 않는 포괄적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베트남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는 전년 대비 9.4% 늘었고 삼성, 폭스콘, 엔비디아,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투자도 급증해 베트남을 첨단기술 제조업과 인공지능 개발의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한편 중국은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제 대국 목표, ‘비효율 개선’과 ‘제도 개혁’에 달려
베트남이 경제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사이 제도 개혁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강력한 제도 개혁 없이는 베트남의 경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고 정부는 이에 반응해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전개해 왔다. 작년에는 베트남 역사상 최대 은행 사기를 적발해 주모자인 쭈옹 미 란(Truong My Lan)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 노선은 기득권 정치인들의 동요를 불러 대통령과 국회의장 등 고위 관료들의 사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수 영역에서의 정책 마비와 해외 원조 지연도 통치 구조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 20%의 공공 부문 감원을 목표로 한 인력 효율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본 계획의 성공 여부는 에너지 부족 문제 해결과 재산세 도입 및 소득세 개정, 저가 주택 보급 계획 등 긴급한 현안 해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트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은 673억 달러(약 97조원)에 달하는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하지만 빈약한 프로젝트 관리와 일정 지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 불안으로까지 확대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는 핵심 프로젝트에 대한 해외 자본 의존 축소를 선언함과 동시에 2050년까지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동시에 첨단기술 산업과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기술 인력 육성도 진행 중이다.
베트남의 급격한 경제 변화는 심각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반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정학적 격동 속에서 높은 적응력의 모범 사례로 회자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내부 정치 문제와 격변하는 글로벌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원문의 저자는 푹하이 쩐(Phuc Hai Tran)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 박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Vietnam’s high-stakes economic pivot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