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중국, 핵심 광물 수출 규제로 미중 갈등 심화 압도적 보유량으로 미국 및 동맹국 공급망 위협 무역 규제가 ‘혁신과 적응’으로 이어지기도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 것은 천연자원을 지정학적 갈등에 활용하는 오랜 전략의 일환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국방 기술 등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규제는 미중 무역 전쟁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나서자 중국 역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주요 광물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전략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미국 무역 규제에 핵심 광물 수출 금지로 ‘맞불’
각국 정부들이 자국 산업과 천연자원, 환경 보호를 내세워 수출 규제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전략적 목적하에 이뤄진다.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출 규제는 이제 강력한 지정학적 도구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백신과 의료 장비에 대한 규제나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에너지 수출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21~2023년 기간 각국 정부들이 실시한 수출 규제는 연간 110건이 넘었다.
중국이 작년 12월 실시한 미국에 대한 핵심 광물 수출 규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현대 기술 산업에서의 필수불가결성으로 볼 때 해당 광물들은 미중 경제 대결의 핵심 협상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9~2020년 기간 핵심 원자재에 대한 글로벌 수출 규제는 5배나 증가해 13,102건에 이르렀다. 어찌 됐든 이번 중국의 조치는 이미 수년간의 갈등으로 경색된 미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중국 압도적 광물 보유량, “언제든 공급망 와해 가능”
중국이 핵심 광물의 본거지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전 세계 게르마늄의 60%, 갈륨의 80%, 안티몬(antimony)의 78%를 생산하는데, 모두 군사 장비부터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까지 필수 원료로 사용된다. 중국이 수출 규제로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면 미국과 우방국들은 서둘러 대체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이 핵심 광물을 활용해 무역 갈등에 전략적으로 대응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중국은 군사 장비, 정보기술, 청정에너지 생산 원료에 대한 수출 규제로 맞선 적이 있다. 2018년 미국이 중국 업체 화웨이와 ZTE의 통신 장비 수입을 금지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호 제재는 두 나라에 경제적 부담과 함께 국가 안보상의 우려도 발생시킨다. 이에 바이든(Biden) 행정부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생산 기지 우방국 이전 및 생산)으로 맞섰다.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공급망 의존을 줄이기 위해 우방국들과 힘을 합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핵심 자원을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06년과 2010년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중국은 국방 기술과 청정에너지, 전자 제품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rare earth mineral) 수출 규제를 시행했는데 중국이 자원을 독점하던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 EU는 공급망 차질에 대한 취약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했고 2년 후 WTO 결정으로 중국은 수출 규제를 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서구 국가들에 비상 신호로 작용해 이후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을 줄이게 된다.
하지만 2023년에도 중국은 24만 톤의 희토류를 생산해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2위인 미국 생산량 43,000톤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매장량 또한 2023년 말 기준 4,400만 톤으로 추정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서구와 우방국들이 채굴 및 정련 시설을 늘려 왔으나 중국의 공급망 장악은 굳건하다.
중국 얕잡아 보면 “큰코다칠 수도”
물론 무역 갈등과 규제는 혁신과 적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국 공급망이 끊긴 미국 기업들은 대체 광물과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 2020년 이후 가격이 212%나 오른 갈륨 등의 광물 생산을 위해 신규업체들이 광업 분야에 뛰어들어 중국 독점에 도전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자 중국의 화웨이 역시 자체 부품을 개발해 ‘메이트 60 프로’(Mate 60 Pro) 스마트폰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2023년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 체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자체 운영 체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향후 미중 무역 관계는 보다 큰 위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전면적 관세를 예고한 후 이미 시행에 들어갔으며,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중국의 경제적, 기술적 자주성을 내세우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성장 둔화와 인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은 지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서구 기업들로서는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개발한 인공지능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을 얕잡아 보는 순간 오판이 시작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키스 M 록웰(Keith M Rockwell) 힌리치 재단(Hinrich Foundation)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China is weaponising its dominance in critical minerals trad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