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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묻지마 기소'에 '기계적 상고' 늘어, 기업 사법 리스크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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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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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무죄율 증가
기계적·관행적 상고는 오히려 늘어나
이재용 회장 상고에 사법리스크 장기화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구속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돼 지급받는 형사보상금 규모도 증가 추세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형사사건 무죄 판결이 늘고 있지만, 검찰의 기계적 항소·상고 관행은 더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심 무죄 건수, 최근 5년간 최대치 기록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심 전부 무죄가 선고된 건수는 3,82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2,182건 △2022년 2,123건 △2023년 2,699건으로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심 무죄 건수는 △1심 5,732건 △2심 1,044건으로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죄율은 1심이 0.91%, 2심이 1.36%였다. 이에 반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1·2심 전부 무죄가 나온 사건에 대해 검찰이 상고한 건수는 각각 277건, 277건, 218건이었다. 상고율은 13.04%, 10.26%, 5.70%으로 상고율이 낮아진 것은 1·2심 전부 무죄가 선고된 건수가 늘어나 분모가 커진 데 따른 착시 효과다.

특히 무죄율은 검찰의 수사 실력과 직결되는 수치다. 1% 안팎의 무죄율은 일견 낮아 보이지만, 10년 전 1심 무죄율이 0.58%였음을 감안하면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2000년 이전에는 무죄율이 0.5%를 하회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 형사사건 무죄율은 0.1% 수준이다. 이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피의자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은 지난해 89억원으로 1년 새 26억원 늘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보상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무죄율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검사의 공소 제기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는데도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수사를 한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檢, 1·2심 무죄받은 이재용 회장 상고 결정

최근에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힌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에서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하면서 검찰의 묻지마 기소와 기계적 항소·상고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은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열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의 피고인에 대한 상고를 결정했다.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전망과 달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한 것이다.

형사상고심의위는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된 형사사건에 대해 상고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외부 전문가와 함께 검토·심의하는 제도다. 이날 회의에는 변호사, 교수, 관계 전문가 등 위원 6명이 참석했으며 담당 검사 4명이 출석했다. 검찰 측은 "1·2심 간에도 주요 쟁점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며 "지배권 승계 작업과 분식 회계를 인정한 이전의 판결과도 배치되며 관련 소송이 다수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상고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법원 재판의 경우 피고인 출석 없이 서류로 진행되는 법률심으로, 이 회장이 직접 재판장에 갈 필요는 없다. 이번 상고에 대해 삼성 역시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앞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 등에서도 산적한 경영 현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검찰이 1·2심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해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풀어줘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 비해 강경한 검찰 기소, 재판 장기화 우려도

검찰 상고로 삼성전자 사법 리스크가 10년 가까이 장기화하는 사례가 나오지 검찰의 기계적 항소·상고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무죄가 선고돼도 검사는 사실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무리한 기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검사 평가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묻지마 상고'를 견제하기 위해 2018년 1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전국 23개 고등검찰청과 지방검찰청에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도입하고 상고 전에 의견을 듣도록 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회계부정 의혹 수사를 했던 이복현 당시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현 금융감독원장)가 2020년 9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기소한 건이 대표적이다. 기소 3개월 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복현 부장검사는 기소를 강행했다. 하지만 지난 3일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이 원장은  지난 6일 "(기소 논리가)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고 단단히 준비돼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입장을 밝혔다.

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한국 검찰의 기소는 해외와 비교해도 유독 강경하다. 미국은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이 활발해 대부분 사건이 사전 조정을 통해 처리된다. 반면 한국은 대표이사에 대한 직접 기소 이후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까지 가는 '삼세판'이 구조화돼 재판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크다. 기업인에 대한 직접 기소가 잦다는 점은 외국계 기업 경영자들이 한국 부임을 기피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

미국의 경우 이중위험금지(Double Jeopardy·더블 제퍼디) 원칙에 따라 형사사건에서 1심이든 2심이든 무죄가 나오면 검찰이 항소할 수 없는 점도 한국과 차이가 있다. 영국도 이중위험금지 원칙이 있다. 일본은 '정밀사법'으로 기소 자체를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일본 형사재판에서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 판결이 쉽지 않고, 기소 후 무죄가 나오면 검찰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검찰은 99% 이상의 유죄율을 유지하기 위해 사건을 신중하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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