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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쉬인 순이익 전년 절반 수준
미국 관세 정책에 초저가 전략 차질
현지화 서두르는 알리·테무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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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안팎의 초저가 의류를 앞세워 전 세계를 공략하던 중국계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위기를 맞았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유럽 증시 상장 등 다수의 사업 확장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여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위기가 가속하는 모습이다.
미국 관세 장벽 앞 수익성 악화 뚜렷
26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쉬인의 순이익은 10억 달러(약 1조4,300억원)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FT는 쉬인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쉬인의 2024년 매출은 전년보다 19% 증가한 380억 달러(약 54조2,400억원)로 집계됐지만, 이는 내부 목표인 매출 45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향후 쉬인의 수익성이 추가 악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그 이유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혜택까지 폐지하며 800달러 미만의 소액 수입품에도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이후 적절한 관세 징수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면세 혜택 철회는 보류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든 다시 발동할 수 있다는 게 무역 업계 중론이다.
그간 쉬인은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3~7일 내 신상품을 출시하는 ‘슈퍼 패스트패션’ 전략을 펼쳐왔다. 경쟁사인 자라, H&M 등이 기획에서 생산, 판매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리는 것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다. 여기에 스커트 5달러, 청바지 9달러 등 저렴한 가격도 소비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의 소액 관세 면제 혜택이 없어지면 이 같은 전략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돌파구로 지목한 한국 시장 공략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쉬인은 지난해 4월 한국 홈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출시 초기 반짝 몰렸던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의하면 지난달 쉬인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만 명으로 6개월 전(68만 명)보다 34% 줄었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708만 명), 테무(630만 명)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은 수치다.
조악한 모조품, 가격 이점으로 상쇄 불가
업계에선 쉬인의 부진을 두고 차별성 없이 초저가만을 앞세운 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한국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가진 상품을 선호하지만, 쉬인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신뢰도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패션업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누구보다 정확하면서도 발 빠르게 캐치하고 있는 반면, 쉬인은 가격 경쟁력 외엔 내세울 게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색 있는 디자인 없이 유명 브랜드를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실제 쉬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한 성수동 팝업스토어 ‘스타일 인 쉬인’에서 위조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나서 빈축을 샀다. 당시 쉬인은 K패션 브랜드 ‘키르시’와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 등을 연상시키는 상품들을 진열했다가 지식재산권(IP) 침해로 논란이 되자, 매장에서 급하게 철수시킨 바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유해성 논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쉬인이 판매한 여성 속옷, 어린이용 장화, 액세서리, 보디페인팅 등 일부 제품에선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아릴아민, 납, 니켈 등 각종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하지만 쉬인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향후 국내 시장에서 쉬인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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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패션 강화’, 테무는 ‘현지화’ 총력
쉬인이 부진을 거듭하는 동안 알리, 테무 등 여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꾸준히 한국 시장 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먼저 알리는 신세계그룹과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말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고,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이사회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알리가 에이블리를 통해 국내 패션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테무도 비슷한 시기 한국 판매자를 통해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현재 테무는 국내 L2L 사업을 위해 인력 채용과 물류 시스템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미국 등에서의 규제 강화로 시장 다변화 정책에 나서면서 일찌감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테무 역시 알리를 따라 단기간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점유율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내 인프라가 일정 수준 구축된 이후에는 초저가 전략 등 테무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