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2.0%에 그쳐 한은 "올해 한국 경제 1.5% 성장한다" 해외 기관들 성장률 전망치도 1%대 머물러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내수 전반이 얼어붙으며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한 결과다.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24년 경제성장률, 한은 기대 밑돌아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0.1%, 지난해 연간 실질 GDP 증가율은 2.0%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이자, 한은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를 대폭 밑도는 수치다. 당초 한은은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 0.5%, 연간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얼어붙으며 성장세가 꺾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재작년 1.4%p에서 지난해 0.1%p로 급감했고, 순수출 기여도는 0%p에서 지난해 1.9%p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은의 비관적 성장 전망
성장 부진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5년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직전 전망치 대비 0.4%p 하향 조정된 수치다. 분기별 성장 전망치(전기 대비)는 1분기 0.2%, 2분기 0.8%, 3분기 0.7%, 4분기 0.5%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월에는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성장률 하향의) 주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관세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지난 1월 전망에서는 중국에는 2분기, 여타 국가에는 내년 중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가정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관세 부과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고 관세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은 미국과 여타국이 상호 보복을 이어가며 통상 갈등이 격화한다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과 연중 높아진 관세 효과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미국이 자국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외 국가와 협상을 통해 저강도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성장률이 1.6%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기관들도 전망치 '줄하향'
해외 주요 기관들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3대 은행 중 하나로 꼽히는 씨티그룹은 최근 한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0.3%로 대폭 내리고,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0.5%에서 0.7%로 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4%에서 1.2%로 하향 조정됐다. 씨티그룹은 "1분기 경기 회복 속도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국내 정치적 교착 상태,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 제한적인 재정 부양책 등을 꼽았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 기업인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주요 해외 기관이 제시한 경제 성장률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소비는 정치 혼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부진이 불가피하다”면서 “부동산 부문도 미분양 주택 수가 과거 평균 대비 약 30% 높아 신규 착공 등 사업 위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상황에 민감한 IB들도 ‘성장률 쇼크’를 경고하고 나섰다. 국제금융센터에 의하면 지난해 1월 말 기준 글로벌 IB 8곳(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이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실질 GDP 기준)은 평균 1.6%로, 전월(1.7%) 대비 0.1%p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