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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올라선 K-유통, 이커머스부터 대형마트까지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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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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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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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로 빚에 허덕이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팬데믹 시기 창업한 스타트업 40%가 자본 잠식 상태
C커머스 저가 공세에 티메프 사태로 유통 업계 타격

국내 유통업계가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의 40%가량이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고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쿠팡과 네이버의 독점 강화,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로 한계에 직면했다. 홈쇼핑 업계도 TV 시청률 하락과 송출 수수료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전통적인 유통 채널인 대형마트 시장에서는 지난해 국내 1위 이마트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데 이어 최근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쿠팡·네이버로 수요 몰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4일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운영 기업인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창업한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의 40%가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브이씨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창업한 유통 스타트업 90곳 중 2023년 재무제표 기준 자본금 확인이 가능한 기업은 62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4곳은 누적 손실이 자본금을 초과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한 기업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조사 대상 기업의 2023년 총매출액(4,287억원)을 보면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고, 연 매출액이 5억원에도 못 미치는 스타트업이 23곳이나 됐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각광받았던 온라인 플랫폼도 상당수가 빚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 창출 속도가 더딘 유통업의 특성상 단기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추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유통 업계의 위기가 본격화했다. 쇼핑 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채널로 전환하며 수익을 나누는가 했지만, 이커머스 시장 1·2위인 쿠팡과 네이버로 수요가 몰리면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했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과 네이버의 월간 활성 고객 수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내수 침체를 피해 국내에 상륙한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이른바 C커머스의 초저가 공습으로 국내 토종 플랫폼은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7월에는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미지급 사태가 발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티메프가 PG사(결제대행사)에 줄 고객 대금을 빼돌려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한 것이 원인이 됐다. 피해액은 1조5,950억원, 피해자는 50만 명에 달했고 현금화 자산조차 없던 티메프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이 사건 이후 유통업계 전반의 신뢰가 하락했다.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자본 잠식이 잇달았고 매각 시장은 얼어붙었으며, 기업공개(IPO)도 줄줄이 연기됐다.

홈쇼핑·대형마트도 수익성 악화에 한계 직면

위기론이 대두된 것은 온라인 시장만이 아니다. 수익성 악화가 꾸준히 이어지던 홈쇼핑 업계도 침체가 계속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패션·뷰티로 카테고리를 넓히거나 자사 브랜드(PB)를 출시하는 등 수익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 속에 지난해 2~3분기 일부 업체에서 실적 반등이 목격되기도 했지만, TV 시청 인구의 급감으로 인한 본업 경쟁력 악화 기조는 계속됐다. 최근에는 지난해 이어 '블랙아웃' 사태가 다시 발발했다. CJ온스타일은 송출 수수료 협상 결렬에 따라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 케이블TV 3사 방송 송출을 중단된 것이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도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기존 'AA0'에서 우량등급 마지노선인 'AA-'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부채비율은 통상 100% 이하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는데 이마트의 부채 비율은 2023년 146.58%, 2024년 146.59%로 안정권을 훌쩍 벗어났다. 이마트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롯데쇼핑의 상황도 좋지 않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2024년 부채비율은 185.80%로 올해는 이보다 0.36%포인트 늘어난 186.16%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차입금의존도도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에는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줄이고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이번 조치는 사전 예방적 차원으로 대형마트·익스프레스·온라인 등 모든 채널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며, 상거래 채무도 정상적으로 변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했다는 홈플러스의 해명과 달리 이번 조치로 대형 유통기업조차 금융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이 재확인되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홈플러스도 영업손실 누적돼 유동성 위기 우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동북아시아 최대 PEF의 홈플러스 인수는 규모뿐만 아니라 거래 구조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전례가 없는 규모로 국내 인수합병(M&A)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충당했다. 인수 대금을 대폭 올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 컨소시엄을 누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승자의 저주'가 현실이 됐다. 지난 10년간 팬데믹과 이커머스의 급성장, 내수 시장의 침체가 겹치면서 오프라인 유통 업계가 위축됐고, 인수 당시 무리한 LBO는 과도한 재무 부담으로 돌아왔다. 특히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은 유동성 위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증권(ABS), 한도 대출 등으로 월 6,000억~7,000억원의 단기자금을 확보해 매입·영업 대금 등을 충당해 왔는데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도를 A3에서 A3-로 강등되면서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차환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2022년부터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인수금융 상환을 시도했지만, 지속된 영업손실이 발목을 잡았다. 2021회계연도부터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1년간 부채 비율이 462%로 집계됐다.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금융부채는 약 2조원으로 이 중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가 1조1,400억원에 이른다. 이에 MBK는 신용등급이 낮아진 상황에서 만기 연장은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보유 현금을 단기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대신, 유동성이 충분한 시점에 회생절차를 밟아 차입 구조를 재조정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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