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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美에 145조 투자, 투자 여력 없는 韓 반도체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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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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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파운드리 공장 등 5개 짓기로
美 빅테크 고객사 독식 기회
고민 빠진 삼성·SK ‘예의주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추가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공장 5개를 새로 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동시에 애플, 엔비디아 등 현지 고객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주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당장 투자를 늘리기 힘든 두 회사는 백악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TSMC, 美에 1,000억 달러 더 쏟아붓는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계획에서 1,000억 달러를 추가해 총 1,650억 달러(약 24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TSMC는 미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공장 3곳을 짓기로 했으나, 여기에 더해 생산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공장 2곳, R&D 센터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TSMC의 고향인 대만에 맞먹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메카’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집요하게 TSMC를 몰아세웠다. “대만이 미국 반도체 제조산업을 뺏아 갔다”는 말을 반복하며 ‘고율 관세’ 엄포를 놓는가 하면, 적자 투성이인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TSMC는 그간 난색을 보여 왔다. 이런 기조는 “미국의 투자 압박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분업 질서를 해칠 것”이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걸 돌려세운 게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의 압박 전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거듭된 압박에 TSMC는 결국 두 손을 든 모양새다.

물론 TSMC 입장에서도 대규모 미국 투자는 아예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TSMC에 최첨단 칩 생산을 맡기는 엔비디아, 애플, 퀄컴, 브로드컴, AMD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고객사와 가까운 거리에서 협력할 수 있어서다. TSMC가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투자 계획에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생산을 늘리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TSMC 미국 투자, 삼성·SK 투자의 4배

TSMC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TSMC의 총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투자의 4배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에 370억 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를 들여 인디애나에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우선 예의주시 중이라는 입장이다. 관세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직접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크지 않다"며 "다만 트럼프 정부가 어떤 식으로 관세를 부과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리스크"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미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도 크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형자산 취득 규모는 각각 51조4,100억원, 15조9,500억원으로, 대부분 공장 등 시설투자에 투입된 금액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전년보다 투자 규모와 차입금 상환이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은 전년보다 1.9배 늘었고, 차입금 상환(16조원)은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삼성은 내년인데 TSMC는 벌써 美 생산 "고객 다 뺏길 판"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의 미국 생산을 강조 중인 것도 국내 업계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미국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의 미국 팹 선호가 강해지고, 이미 애리조나 공장에서 최첨단 공정인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TSMC에 고객을 선점당할 수 있어서다.

현재 가장 앞선 파운드리 상용 기술은 3나노 공정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2나노·3나노·4나노는 트랜지스터 크기를 나타내며 숫자가 작을수록 더 첨단의 기술임을 의미한다.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자국인 대만과 한국에서 3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최첨단 공정에서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TSMC를 유치했고, 이번에 4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TSMC보다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장비를 반입한 뒤 첨단 공정 양산에 본격 돌입하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의 선제적인 투자에 대응하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선단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하는 등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의 고객도 채우기가 힘든 상황에서 '미국기업 우선'과 'TSMC 공장 신설'은 국내 업체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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