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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매매 평균 가격 상승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된 강남권이 시장 견인 노원·도봉·강북구 등은 여전히 침체 상태

서울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잇따르며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다만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은 여전히 하락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역별 집값 양극화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되살아나는 서울 아파트 시장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이날 기준 2,556건을 기록했다. 이는 신고 마감 기한이 이달 말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지난해 7월 9,224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6,531건으로 급감했으며, 이후 9월(3,175건), 10월(3,843건), 11월(3,412건), 12월(3,195건), 올해 1월(3,297건) 등 5개월 연속 월 3,000건대에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 평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 평균 가격은 13억8,28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13억1,007만원) 대비 5.5% 오른 금액이자, 이전 최고 기록인 2022년 5월의 13억7,532만원을 넘어선 수치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 서울 시내 아파트 가격만이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강남권 '신고가 행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강남권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투기 우려가 적은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특정 지역의 거래를 규제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구청장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2년 이상의 실거주를 위한 매매만 허용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할 수 없다.
기존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총 65.25㎢였다. 서울시는 이 중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인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소재 아파트 305곳에 지정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291곳의 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해당 지역 14.4㎢에 걸쳐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1.36㎢만 남고 13.04㎢가 해제되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후 이들 지역에서는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매물은 지난달 14일 28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우성 2차 127㎡ 매물도 지난달 15일 50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전주 대비 5,000만원 오른 27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으며, 인근 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달 17일 직전 거래가 대비 1억2,000만원 뛴 26억원에 거래됐다.

외곽지 하락세는 여전
다만 이 같은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아직 노원·도봉·강북구로 대표되는 서울 외곽 지역까지 옮겨붙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계·월계동 등지를 중심으로 0.03% 내렸다. 강북구(-0.02%)는 번·수유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하락했으며, 도봉구(-0.04%→0.00%)는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했다.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 하락 흐름은 실거래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59㎡는 지난달 23일 6억8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최고가 대비 3억3,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도봉구 창동의 동아청솔아파트 59㎡는 지난달 7일 최고가 대비 2억8,000만원 내린 6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 59㎡ 2층은 지난 22일 5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이전 최고가를 2억1,000만원가량 밑도는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에는 상급지, 중급지, 하급지 순으로 거래가 되는 물결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똘똘한 한 채’ 열풍과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만 있다”며 “나중에 시장이 회복이 되면 갭 메우기 현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예전보다는 회복되는 속도가 조금 늦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