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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기업, 손실에도 ‘저렴한 은행 대출’로 연명 신용 및 유동성 공급, 좀비 기업 확산과 감소에 영향 신용 공급 증가 따라 늘다 일정 단계 지나면 감소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속적인 손실에도 영업을 중단하지 않는 비효율적 시장 참여자를 의미하는 ‘좀비 기업’(zombie firms)은 경제 성장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존재다.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혁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용 시장 상황도 좀비 회사들의 증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장 내 신용 및 유동성 공급은 이들 좀비 기업의 확산과 감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좀비 기업’,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이자 내는 회사들’
일본 경기 침체 관련 사례를 통해 신용 시장 상황과 좀비 기업 간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들은 풍부한 신용 공급이 은행들로 하여금 건강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출을 유지하도록 해 좀비 기업들을 양산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좀비 기업은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이자를 내 사실상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 회사들을 의미한다.
최근 연구는 해당 이론을 세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신용 시장 긴축’(credit market tightness, 금융 시장 내 신용 수요 대비 공급, 긴축도가 높을수록 시장 내 신용 공급이 많음, 이하 ‘신용 공급’으로 대체)를 도입했다. 또한 단순한 계약 체결 및 규제 준수 수준을 넘어 은행-기업 간 금융 중계에서 발생하는 탐색 비용 및 기회비용이 좀비 기업의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좀비 기업 비율, 신용 공급 단계 따라 ‘뒤집힌 U자형 곡선’
시장에 신용이 풍부하게 공급되면 은행들은 신규 대출처를 찾아 탐색 비용을 발생시키느니 좀비 회사를 포함한 적자 기업에도 대출을 유지하려 한다. 좀비 기업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하지만 신용 공급이 더욱 늘어날수록 기업들은 다른 곳에서 신규 대출을 받아도 탐색 비용과 기회비용이 적어 현재 대출 계약에 연연하지 않고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찾는다. 유리한 대출 조건을 얻은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좀비 기업들도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해서 신용 공급과 좀비 기업 비율 사이에 뒤집힌 U자 형태의 곡선이 형성된다. 시장 내 신용 공급이 증가하면 초기에는 좀비 회사들의 수도 늘어나지만 일정 단계를 지나면 줄어드는 것이다. 즉 대출을 유지하려는 은행과 갈아타려는 기업들의 역학 관계에서 좀비 기업의 확산과 감소가 결정된다.

주: 신용 공급 정도(X축), 좀비 기업 비율(Y축)/출처=CEPR
은행 위기 겪은 일본 사례, “실증적 증거”
2000~2019년 기간 일본의 산업 자료에서 해당 이론이 검증된다. 실제로 신용 공급이 증가할수록 좀비 기업의 수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 후 유동성 공급이 더욱 늘어나면 좀비 기업의 수가 줄어들며 뒤집힌 U자 형태 곡선이 나타난다. 물론 조사 기간 다른 경기 변수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주: 신용 공급 추이(좌측), 좀비 기업 비율 추이(우측)/출처=CEPR

주: 신용 공급(X축), 좀비 기업 비율(Y축)/출처=CEPR
그렇다면 유동성 공급과 좀비 기업 대출 간 관계는 어떻게 될까? 1990년대 후반 일본 은행 위기 시 은행들은 신용 경색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마찬가지로 좀비 기업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시장 내 신용과 유동성 공급이 충분할수록 좀비 기업들의 수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신용 시장 상황과 좀비 기업 확산의 관계는 비선형적이지만 뒤집힌 U자 형태로 명확하게 나타난다. 신용 공급 확장 초기 기존 대출을 유지하려는 은행들이 좀비 기업 수를 늘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나은 대출 조건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은행을 넘어서면서 좀비 회사도 줄어든다. 해당 시사점에 더해 신용 시장 비효율이 전반적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적절한 정책 개입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가 이어진다면 유익할 것 같다.
원문의 저자는 하마노 마사시게(Masashige Hamano) 와세다 대학교(Waseda University) 교수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Financial intermediation and zombie firms: Theory and evid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