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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50년 만에 찾아온 엔저”, 숨가쁜 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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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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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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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0년 만에 찾아온 “엔저 압박”
무역 적자, 재정 적자 부담 가중
관광 산업 호황, 글로벌 기업 수익성 증가는 “호재”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 엔화 가치가 최근 50년 내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며 추락하는 가운데 일본 경제가 느끼는 압박도 크다. 엔화 가치 절하가 수입품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및 재정 압박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 산업 호황과 일본 국적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성 증대와 같은 긍정적 요소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첨단 산업과 다변화한 수출 시장 등도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일본 엔화 가치, 54년 만에 “최저”

일본 엔화의 ‘실질 실효 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교역 상대국 화폐 대비 구매력을 표시한 환율)이 최근 54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며 일본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수입 물가와 채무 상환 비용 상승에 따른 경제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강력한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탄탄한 금융 시스템이 부작용을 흡수하는 데 그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은행(Bank of Japan)은 신중한 긴축 통화정책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작년 7월 무담보 익일물 콜 금리(uncollateralized overnight call rate, 단기 금리 주요 지표)를 0.25%로 올려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더니 올해 1월에는 다시 0.5%까지 올렸다. 해당 조치로 엔화 가치는 6% 절상됐지만 주식 시장이 12%나 폭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본 은행은 추가 긴축을 위해, 임금 상승으로 소비와 수요를 진작시켜 물가를 올리는 ‘좋은 인플레이션’(good inflation)을 발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실질 가처분소득은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았고 실질 소비 역시 둔화 상태에 머물고 있다.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이 관세 및 재정 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한 것처럼 일본 역시 엔화가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절하되는 것을 막으려면 지속적인 긴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와 재정 정책에 주는 압박은 더욱 커진다.

엔저로 재정 적자, 무역 적자 “동시 확대”

엔화 절하는 수입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올려 작년 일본 가구당 평균 생활비 부담을 9만 엔 (약 87만원) 정도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시바 시게루(Shigeru Ishiba) 일본 총리는 공공비용 보조금과 저소득 가구에 대한 현금 지원 등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재정 비용을 증가시켜 이미 높은 규모의 재정 적자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본 은행의 금리 인상 역시 국채 상환 비용을 증가시켰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국가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채무 상환 비용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을 전망이다. 여기에 이시바 총리의 부양책과 국방 및 사회보장 지출 증가는 올해 예상되던 기본 재정 흑자(primary budget surplus, 이자 지급액을 제외한 재정 수지 흑자)를 GDP 대비 0.7% 규모의 적자로 반전시켰다. 국채 규모가 GDP의 2.5배를 넘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더 이상의 채무 상환 비용을 발생시키지 말고 해당 예산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식료품 및 에너지 수입 가격을 올려 무역 적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이 엔화 강세 기간 많은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한 것도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증가가 가져다줄 이익을 상쇄해 버렸다.

글로벌 기업 수익, 관광 산업 호황 등 “엔저 호재도”

하지만 엔화 약세의 장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무역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관광 산업은 해외 관광객이 47%나 늘어날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한편 토요타(Toyota)와 고마쓰(Komatsu, 일본의 글로벌 중장비 제조업체) 등 대부분의 수익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기업들은 엔화 표시 수익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덕분에 닛케이 225 지수(Nikkei 225 stock index)는 연간 19%나 올라 역사상 가장 높은 주가로 작년을 마감하기도 했다. 해외 수익의 국내 송금과 관광 산업 호황은 무역 적자의 상당 부분을 보완하며 작년 GDP의 4%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창출해 엔화 약세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엔화 강세 시절 어려움을 겪은 일본 제조업 분야는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있다. 일본 역시 에너지 수입국이지만 에너지 비용 상승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일부 기업의 주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다수의 일본 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 시 수요가 늘어나는 고품질 니치 제품(high-quality niche products)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들은 전자 및 의료 장비 산업에서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집적 회로 제조에 사용) 및 이미지 센서는 물론 반도체 산업의 필수 부품 영역에서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동남아시아, 대만 등에 걸친 수출 시장의 다변화도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 요인이다. 시장 다변화는 일본 기업들을 중국 포함 특정 시장의 불안정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가 돼 준다.

물론 일본은 올해 심각한 도전을 피해 가기 어렵다. 이는 엔저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한국 및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전쟁 및 재난 위험, 고령화 및 노동 인구 감소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경제 위기 속에서 회복력을 입증해 온 일본이 희망을 내려놓을 필요는 결코 없어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윌렘 토르베케(Willem Thorbecke) 일본 경제산업연구소(Research Institute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 선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trong reactions to a weak yen shake Japan’s econom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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