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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전국 월세 계약 17만9,656건 임대차 계약의 63.2%, 최고치 전국 월세지수 25개월 연속 상승

지난달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율이 또다시 역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 공급 가뭄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 비아파트 시장에서 논란이 된 전세사기 문제 등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월세 비중 63% ‘사상 최대’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거시설 28만4,454건 중 월세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17만9,656건(63.2%)으로,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7월 이후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비율이다. 이 통계에는 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
월세 비율은 매달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10월 56.8%였던 월세 비율은 11월 58.3%, 12월 60.6%를 거쳐 올해 2월 63.2%를 기록했다. 임차인 10명 중 6명은 매달 집주인에게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월세 비율은 전국 평균(63.2%)보다 높은 67.1%로 조사됐고,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56.2%, 52.4%로 임대차 계약의 절반 가량이 월세였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보다 전셋값 감소 속도가 더 빨랐다. 특히 대전(72.4%), 부산(71.4%), 대구(67.3%) 등의 월세 비율인 70%에 육박하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포비아에 월세가격 폭등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월세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빌라·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전국 기준으로 직전 분기 대비 0.40% 상승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서울의 경우 0.35% 오르며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천, 경기 지역도 각각 0.98%, 0.49% 상승해 수도권 전체 오피스텔 월세 가격은 0.51% 올랐다.
이에 주택 월세가격지수도 오름세다.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4.93으로 2023년 2월부터 25개월 연속 상승세이자,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1월 이래 역대 최고치다. 특히 빌라 월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0% 상승하며 아파트 월세지수(1.32%)를 넘어섰다.

전세대출 보증강화 시행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이 월세로 재편되는 원인으로 전세 보증사고 비율이 높은 빌라와 단독주택 전세 기피 현상을 꼽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4조4,896억원으로 전년(4조3,347억원)보다 3.6% 증가했다. 보증사고 규모도 2021년 5,790억원, 2022년 1조1,726억원에서 2023년부터는 4조원대로 급격히 늘었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 증가도 또 다른 원인을 지목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16%(KB부동산)로, 이는 지난해 9월(4.09%)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월세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도 전세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HUG는 올해 상반기 중 전세대출 시 필요한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대출금의 100%에서 90%로 낮출 예정이며, 하반기부터는 세입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보증 한도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전세대출 보증은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상환하는 보증 상품이다. HUG에서 보증 한도를 낮추면 목돈이 부족해 대출을 많이 받아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HUG에서 세입자의 소득이나 기존 대출 여부를 따지지 않고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보증을 해줬다. 그런데 이런 보증 제도가 전세대출을 늘려 전세가‧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 부채의 뇌관을 키운다는 지적이 일자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간 세입자는 전세 5억원짜리 수도권 아파트를 구하며 전세 금액의 80%인 4억원을 대출받고 HUG로부터 4억원의 보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증 한도가 대출액의 100%에서 90%로 낮아지면서 HUG 보증을 통한 대출 가능 액수가 3억6,0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반기부터는 세입자의 소득과 대출 등을 평가해 소득 대비 기존 대출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보증 한도가 더 줄어들 수 있다. 과거 1억원이 있으면 대출을 통해 5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5억원짜리 집을 구하기 위해 최소 1억4,000만원 이상이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해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출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