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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 인수로 갈 길 바쁜 KCGI,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표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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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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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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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 불시 파견해 조사
한양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차질 예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설, 평가 극과 극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 KCGI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불시에 이뤄진 조사인 만큼 혐의점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으나, 탈루 등 불법이 적발될 경우 KCGI가 추진 중인 한양증권 인수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나아가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KCGI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 또한 제기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특별 세무조사 전담 부서 움직여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1일 영등포 국제금융센터에 위치한 KCGI 본사에 사전 예고 없이 조사관들을 파견,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자료와 각종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조사4국은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KCGI는 2018년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대표가 창업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하다. 국세청은 그동안 KCGI 투자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 등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강 대표 개인의 개인 탈세 혐의를 조사할 수 있단 추측 또한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KCGI가 추진 중인 한양증권 인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KCGI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한양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세금 탈루 등 불법이 적발될 경우, KCGI의 한양증권 인수 작업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사 인수 시 대주주의 공정성과 도덕성은 금융당국의 중요 심사 대상으로 꼽힌다.

행동주의 정체성 흔들리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KCGI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설립 7년 차를 맞은 그간 한진칼과 오스템임플란트, 현대엘리베이터, DB하이텍 등을 대상으로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주주행동주의를 펼쳐왔다. KCGI라는 사명도 ‘한국 기업 지배구조 향상(Korea Climate & Governance Improvement Fund)’이라는 의미다.

KCGI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를 한 이들은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를 통한 재무·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일례로 대한항공 운영사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투자를 꼽을 수 있다.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한 KCGI는 이후 3년 반 동안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7.41%까지 늘렸다. 두 차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경영권을 빼앗아 오는 덴 실패 했지만, KCGI는 2022년 3월 펀드 만기 직전 지분 대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면서 투자 대비 2배가량의 차익을 거뒀다. 이 같은 행적은 KCGI는 물론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관 등 LP(펀드출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됐다.

반대로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이는 KCGI가 2021년 쌍용차 인수전에 에디슨모터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빌미로 주가조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는 KCGI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사안에 대해 KCGI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조사 요청도 받은 바 없다”며 일축했지만, KCGI 컨소시엄 참여 소식에 투자를 감행한 피해자가 많은 만큼 도의적 책임에서라도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소액주주들과 갈등에 신뢰도 흠집

또 행동주의를 표방하다 DB그룹 측과 합의, DB하이텍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한 점을 두고는 소액주주 연대로부터 ‘그린메일’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린메일은 경영권 위협을 가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KCGI는 2023년 3월 DB하이텍 지분 약 313만 주(7.05%)를 취득하고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이사회 회의록·회계장부 열람 신청 등 주주활동을 벌이다 9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28일 경영구조 개선을 이뤄냈다며 돌연 지분 5.65%를 DB하이텍 모회사인 DB아이엔씨에 매각했다.

블록딜 방식으로 이뤄진 양사의 거래 대금은 당일 종가 5만8,600원보다 12.6% 높은 6만6,000원으로 이 과정에서 KCGI는 수백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후 KCGI의 이탈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했고, 손실은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의 몫이 됐다.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는 이 같은 KCGI의 투자 방식이 미국에서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점을 들어 지난해 11월 KCGI를 검찰에 고소했다.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창업주 일가 또는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주주가치 회복을 외치는 행동주의펀드와 충돌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특별 세무조사에서 불법 행위까지 드러날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핵심 자산인 ‘신뢰도’에 흠집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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