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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추진 확정한 피그마, 얼어붙은 시장에 과감히 발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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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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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대신 상장 선택한 피그마
IPO 시장 침체에도 자신감 드러내
사업 확장·투자금 회수 속도 붙나
사진=피그마

어도비의 경쟁 업체인 미국 디자인 소프트웨어 제작업체 피그마(Figma)가 상장을 추진한다. 어도비와의 인수 거래가 무산된 이후 매각이 아닌 상장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노선을 선회한 것이다. 업계의 이목은 피그마가 불확실성이 가중된 기업공개(IPO)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피그마, 증시 입성 도전

15일(현지시각) 피그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어도비와의 인수 계약이 해지된 이후 16개월 만에 증시 입성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상장 주식 수나 공모 희망가 범위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피그마는 지난 2022년 9월 어도비와 200억 달러(약 28조3,700억원) 규모 인수 거래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였던 딜런 필드 피그마 최고경영자(CEO)도 성장 가능성을 입증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영국 시장경쟁청(CMA)이 어도비와 피그마의 합병이 글로벌 웹 기반 디자인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상황이 뒤집혔다. 당시 어도비는 피그마 인수 계약을 철회하며 피그마에 10억 달러(약 1조4,200억원)의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불했다.

냉각된 美 IPO 시장

업계는 피그마가 증시 전반이 불안정한 시점에 IPO 추진을 결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IPO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혼란에 휩싸여 있다. 오락가락하는 통상 정책의 영향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최근에는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 의료기기 회사 메드라인(Medline) 등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을 이겨내고 상장에 성공할 경우, 피그마는 독립적인 기업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이는 성장성과 사업 안정성에 자신감을 가진 기업만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현재 피그마는 에어비앤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스포티파이, 스퀘어, 스트라이프, 줌 등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와 거래하며 탄탄한 시장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공개된 연간 반복 매출(ARR)은 6억 달러(약 8,500억원) 수준이다.

피그마는 지난해 직원 및 기존 투자자 대상의 내부 주식 매각에서 125억 달러(약 17조7,3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세쿼이아캐피털과 안드리센호로위츠 등 다수의 유명 벤처캐피탈(VC)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총 7차례 펀딩 라운드를 통해 약 3억3,300만 달러(약 4,720억원)의 자금이 마련됐다.

IPO로 사업 확장 자금 마련할까

피그마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계획 역시 IPO 필요성을 키웠다. 지난해 3월 필드 CEO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첫 한국 방문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전략적 인수합병(M&A) 계획이 많다"며 "디자인·코드화·생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M&A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 세 분야에 걸쳐 향후 몇 년간 M&A를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피그마는 올해 들어 회사 하나를 이미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인비전의 시장 철수 역시 피그마의 상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인비전은 지난해 1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2024년 연말부터 '프로토타입', 'DSM' 등 자사의 디자인 협업 서비스를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설립된 인비전은 아마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스타벅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두며 한때 어도비의 대항마로 꼽혔던 기업이다.

하지만 인비전의 황금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 디자인업계 관계자는 "인비전은 혁신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간단한 프로토타이핑 플랫폼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사용자의 요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경쟁사 서비스에 비해 편의성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 없는 서비스가 피그마와 같은 강력한 경쟁사에 밀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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