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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전쟁' 피해, 남성보다 여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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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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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성 소비자 짓누르는 '핑크 관세'
여성 의존도 높은 명품업계, 관세 타격에 가격 인상 전망
뷰티업계도 원가 상승 부담 떠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미국 여성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성별에 따라 관세율이 다른 의류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핑크 관세'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여성, 남성보다 관세 부담↑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국에 부과한 10%의 보편 관세와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 등을 언급하며 "(미국) 여성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쉽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CNN은 미국의 관세 정책 자체가 여성보다 남성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기준 여성 의류에 부과된 관세는 평균 16.7%로 남성 의류의 평균 관세율(13.6%)보다 높았다. 이 같은 격차로 인해 여성이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비용을 '핑크 관세'라고 칭한다.

이는 같은 종류의 여성용 물품 소비자 가격이 남성용 물품보다 비싼 현상을 일컫는 '핑크 택스(세금)'에서 착안한 용어다. 진보 성향 미국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소(PPI)의 무역·글로벌 시장 담당 국장인 에드워드 그래서의 연구에 따르면, 의류 관세 격차로 인해 미국 여성들이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관세 정책은 이 같은 성별 격차를 확대하지는 않았다. 로리 테일러 미국 텍사스주 A&M 대학교 공공서비스·행정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남성 의류에 대한 관세 상한선을 높여 의도치 않게 관세의 성별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CNN은 여성이 평균적으로 의류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관세 폭탄에 명품업계 '비명'

시장에서는 미국의 여성 소비자들이 의류 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남성보다 큰 관세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 소비자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명품 산업이 꼽힌다. 시장·산업 조사기관 마켓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여성용 제품은 미국 전체 명품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50.1%)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산 제품과 스위스산 제품에 각각 20%, 31%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9일 상호관세 부과가 90일 유예되긴 했지만, 향후 진행될 협상이 결렬되면 3개월 뒤 예정대로 관세가 부과된다.

명품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 대부분이 유럽에서 생산되고, 이들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전 세계 명품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소비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까지 미국 내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며 현지 사업을 확대해 왔다"며 "중국에서 등을 돌려 미국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던 명품 브랜드들이 거대한 악재를 맞닥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유럽 명품 기업들이 상호 관세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해야 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미국 명품업계 과반을 이끄는 여성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관세 전쟁의 타격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뷰티업계도 비용 부담 확대

여성 소비자 의존도가 높은 뷰티업계도 관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가격 인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뷰티 제품은 각국에서 수입된 다양한 원료로 제조된다"며 "관세 전쟁이 격화할수록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미국은 파운데이션, 컨실러, 립스틱 등에 흔히 사용되는 코코넛 오일, 팜 오일과 같은 식물성 성분 공급에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145%에 달하는 상호관세가 부과됐다는 점 역시 뷰티업계에 있어 치명적인 악재다. 수많은 뷰티 브랜드가 중국산 포장재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장재 비용이 전체 화장품 제조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저렴한 중국산 포장재를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관세 정책이 뷰티 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여성 미용 관련 잡지 얼루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뷰티 제품에 최대 10~6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화장품 제조 기업들이 특정 국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성분을 배제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제품의 크기나 무게를 줄여 가격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식품업계 등에서 문제가 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 뷰티업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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