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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목표 줄이고 모델Y로 인력 재배치 테슬라 불매·리콜 사태 겹쳐 거래 급감 중고차 시장서도 찬밥 신세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의 생산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사이버트럭은 전 세계의 큰 관심을 받으며 등장했지만, 테슬라 오너 리스크에 리콜 사태까지 번지면서 신차 거래는 물론 중고차 거래까지 침체된 상태다.
사이버트럭 생산 목표 하향 조정
17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BI)가 복수의 테슬라 직원들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생산라인의 목표량이 대폭 하향 조정됐으며 극히 일부만 가동 중인 생산라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부터는 텍사스 기가팩토리 생산 인력도 사이버트럭 생산라인에서 모델Y 생산라인으로 재배치 중이다.
앞선 BI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10월부터 간헐적으로 사이버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작년 12월에는 사이버트럭 생산 일정을 변경하고 생산 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해 이들에게 선호 직무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사이버트럭 생산 감축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 부진이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자료를 보면, 2025년 1분기 사이버트럭 판매량은 6,406대로 전 분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이버트럭 출시 전 100만 대 이상의 예약 주문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지금까지 인도된 수량이 5만 대도 채 되지 않는다.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테슬라는 현재 2억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사이버트럭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차' 사이버트럭, 4회 이상 리콜
테슬라는 2019년 사이버트럭을 야심작으로 내놨지만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공개 당시부터 사이버트럭을 '방탄차'라고 소개했으나 2019년 첫 시연 당시 머스크 CEO가 유리창에 금속공을 던지자 순식간에 쪼개지는 모습이 생중계되며 망신을 샀다. 이후 수차례 연기 끝에 2023년 11월부터 정식 출시지만, 이후에도 여러 결함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출시 반년도 되지 않아 와이퍼 모터, 가속 페달 끼임, 트렁크 끼임, 트림 등 문제로 4번 이상 리콜이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사이버트럭 유리창이 껍질처럼 뜯겨져 나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미국 IT 전문매체 퓨처리즘 에 따르면 사이버트럭 차주인 아누즈 타카는 지난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사이버트럭에 침입한 차량털이범의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승용차를 타고 접근해 사이버트럭의 창문을 맨손으로 뜯어내고, 차량 안에 들어있던 가방을 훔치는 모습이 담겼다. 타카는 유리창이 도둑에 의해 쉽게 뜯어진 데다 도난 경보조차 울리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알람도, 휴대폰으로 오는 알림도 없었다. 문자 그대로 내가 이것(차량이 뜯어진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불매운동·차량방화까지, ‘머스크 리스크’ 확산
여기다 머스크 CEO의 정치 활동에 따른 소비자 반발도 나날이 거세져 테슬라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에 대한 반감 속에 미국에선 테슬라를 향한 방화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의 쇼핑센터 용지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이라는 게 현지 수사당국의 결론이다. 이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머스크 CEO에 대한 일부 미국인들의 반감과 관련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사이버트럭 운전자들은 차량에 낙서, 욕설, 심지어 페인트볼 공격까지 받으며 불편한 상황을 겪고 있다. 한 사이버트럭 소유자는 "길거리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차량에 중지를 들어 보이는 일이 빈번하다"며 "단지 차량을 운전한다는 이유로 위협받는 현실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운전자들은 운행 중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또 다른 사이버트럭 소유자는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차선을 내주지 않으며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시애틀에서 사이버트럭 4대가 동시에 불타는 일도 발생했다. 시애틀 지역 언론은 지난달 10일 시애틀 다운타운 남부 지역 한 주차장에서 전날 밤 11시부터 이날 오전 1시 사이에 화재가 발생해 사이버트럭 4대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주차장이 테슬라 매장이나 구매자들에게 신차를 배송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보관해 두는 장소로 사이버트럭 외에도 전기차 5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이버트럭의 신차 거래뿐만 아니라 중고 시장 거래까지도 침체된 상태다. 이코노믹 타임스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의 중고 거래 가격은 지난 1년간 55%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10% 넘게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머스크 CEO가 지난달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향후 2년간 미국 내 차량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테슬라는 더욱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신모델을 출시하고 있으며, 머스크 CEO를 규탄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시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약 40% 하락했다. 지난달엔 분식회계 논란도 일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의 내부 통제가 취약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