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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똘똘 뭉쳐 창업주도 해임, ‘K-주주행동주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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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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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플랫폼 통해 의결권위임
아미코젠 주총서 대표이사 교체
'투자 실패' 내세워 경영권 공격
사진=아미코젠

소액주주들이 의기투합해 창업주를 몰아내고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소재 기업 아미코젠의 이야기다. 이들 소액주주는 실적 부진과 창업주인 신용철 전 회장의 불필요한 자금 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종국에는 조합을 결성해 신 전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창업주 해임’이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미코젠 주주연대, 조합 만들어 최대주주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미코젠은 18일 최대주주가 지분율 3.69%의 신 전 회장에서 마가파트너스투자조합(5.01%)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83명의 아미코젠 소액주주들이 출자해 만든 이 투자조합에는 주주연대 대표인 소지성씨가 대표 조합원으로 있다.

앞서 주주연대는 지난해 12월 소 대표가 공동보유약정으로 10.06%를 공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아미코젠은 연이은 사업 실패로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있었다.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하는 금곡벤처밸리의 모회사 테라랜드에 30억원을 출자했지만 부동산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았고, 2021년 바이오 소재 기업 비피도를 6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손실만 안아야 했다. 이 때문에 2015년 6월 25일 장중 2만8,952원에 달했던 아미코젠 주가는 지난해 12월 10일 3,075원까지 주저앉았다.

이에 소액주주 30여 명은 지난해 3월 경남 진주시에서 열리는 정기 주총에 참여하기 집결했다. 이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내려가 사내이사 재선임을 시도하는 신 전 회장에게 사업 실패 등의 책임을 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신 전 회장은 소액주주와 소통하길 거부했다. 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주총장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이들을 주총장 밖으로 쫓아냈다. 신 회장은 그대로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한 아미코젠 주주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경찰도 불러봤지만 소용없었다"며 "주주들은 비를 맞으며 문 닫힌 건물 앞에서 울분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창업 25년 만에 해임된 신용철 전 아미코젠 회장

이후 소 대표는 소액주주를 결집하는 데 집중했다. 소액주주끼리 뭉치지 않으면 사측과 싸울 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소액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국에 있는 아미코젠 소액주주를 만나러 다녔다.

응집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 전 회장이 해임되고, 소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그간 소액주주와 함께 활동한 표쩌 대표를 포함한 기존 경영진 또한 주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경영진은 올해 초 신 전 회장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이차전지 기업 광무·플루토스(구 리더스기술투자)를 영입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해 주주연대에 힘을 실어줬다.

이후 이사진과 소액주주들은 신 전 회장의 입지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신 전 회장의 지분은 올해 1월까지 13%가 넘었지만, 해임 이후 꾸준히 매도해 지난달 말 3%대로 낮아졌다. 상장사에 최대주주가 없으면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거래소를 비롯해 금융 당국의 시선도 깐깐해진다. 주주연대 측은 신 전 회장에게 남아있는 지분 약 200만 주를 사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이를 신 전 회장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조합은 임시체제로 회사의 경영 정상화까지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다가 향후 투명한 방식으로 SI를 유치하거나 또는 내부에서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다.

대기업도 사정권, 이마트 등 150여 곳 타깃

소액주주의 위상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결정적 계기는 액트, 헤이홀더 등 플랫폼의 등장이다. 과거 소액주주 결집을 위해선 의결권 위임 대리업체가 주주 명부를 들고 집집이 찾아가 위임장을 받아야 했다. 대리업체 인건비만 주총 한 건당 수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주주가 각자 앱에 접속해 보유 주식 인증 절차를 거친 뒤 신분 확인과 전자서명을 하면 의결권 위임이 끝난다. 이를 의뢰한 소액주주 연대가 플랫폼에 수백만원대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최근 소액주주 플랫폼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으로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액트가 주도하는 이마트 소액주주 연대는 현재 전체 의결권의 2%에 해당하는 지분을 모았다. 3% 이상이어야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데 6개월 이상 보유 지분임을 증명하면 0.5%만 돼도 가능하다.

액트는 이번 이마트 주총에서 정용진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소액주주 대상 기업설명회(IR) 정례화,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액트는 롯데쇼핑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다른 기업들에 주주제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차바이오텍, 율촌화학, 제이알글로벌리츠 등에도 적극적 활동을 예고했다.

소액주주 연대의 힘이 세지자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주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행동을 주도하고 소액주주가 들러리를 서던 과거와 180도 달라진 흐름이다. 코웨이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에 나선 얼라인파트너스는 다수의 소액주주 플랫폼과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 대표는 “플랫폼이 커질수록 주주행동 대상 기업의 규모 또한 커질 것”이라며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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