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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분기 경제성장률 -0.3% '역성장 쇼크' 트럼프 "1~2분기 역성장, 관세와는 무관" Fed, 경기침체 딜레마 속 금리 인하 고심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침체가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고율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소비자 신뢰도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사이에서 정책 판단의 기로에 섰다. 오는 6~7일 열리는 FOMC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통화정책 결정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셈법과 맞물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입·재고·정부 지출 제거 GDP 3% 성장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분기는 바이든의 경제이고, 다음 분기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1월 20일에 취임했으며 경제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재고·정부 지출 등 왜곡 요소를 제거한 핵심(core) GDP는 3% 증가했다"며 "주식시장은 우리가 얼마나 나쁜 상황을 물려받았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이것은 바이든의 주식시장이지 내 것이 아니다”라며 “관세가 곧 시행되고 있고,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모든 것은 관세와 무관하며, 바이든이 남긴 나쁜 수치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2.4%)와 비교해 급감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0.4%)에 크게 못 미쳤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컸던 2022년 1분기(-1%)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은 것은 큰 폭으로 늘어난 수입으로 1분기 순수출액은 직전 분기 대미 -4.83%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고율 관세로 美 경제 침체 가능성 제기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인상하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10%로 조정한 이후에도 평균 관세율은 28.2%를 유지하고 있다. BCA 리서치는 "중국 수입이 145% 관세로 인해 50% 감소하더라도 미국의 관세율은 21%로, 스무트-홀리 관세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재단(Tax Foundation)은 이번 관세로 인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감소 효과를 0.8%~1.0%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미국 가구당 연평균 약 3443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버코어ISI는 최대 3.4%의 GDP 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장 베팅 플랫폼인 칼시(Kalshi)와 폴리마켓(Polymarket)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은 63%에 달한다. JP모건은 공식 경기침체 확률을 60%로, 다른 경제학자들은 약 50%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2개월 기준 6.7%로, 198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비자 신뢰도는 지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2%를 기록했을 때보다 더 비관적인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 와이젠탈(Joe Weisenthal)은 "소비자 신뢰도가 더 하락하면 1952년 이후 7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관적 경제 전망에 금리 인하 불확실성 고조
어두운 전망 속에 오는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판단도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커졌는데 인플레이션은 전분기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6% 상승했다. 작년 4분기 상승률 2.4%보다 크게 올랐다. PCE는 Fed가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1분기 경제가 역성장한 만큼 Fed는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꿈틀대는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런 상황을 예고한 바 있다. 4월 16일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Fed가 물가와 성장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출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 우리는 정책 입장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며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할 확률은 94.8%다. 월가에선 Fed의 정치적 판단이 5월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Fed가 굳이 금리를 내려 트럼프 행정부 대신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