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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국 대외 원조 예산 삭감, “중국만 도와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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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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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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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외 원조 예산 “대폭 삭감”
중국에 ‘공짜로 주도권 내주는 셈’
원조의 ‘전략적 가치’ 간과하면 안 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고 미국 국제개발청(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을 사실상 해체함으로써 트럼프(Trump) 행정부는 지정학적 도박을 벌이는 셈이다. 대외 원조 프로그램의 47%를 없애고 국제개발청 인력을 83% 줄이기로 한 결정은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미국이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가장 강력한 도구를 버리는 것이다.

사진=ChatGPT

미국, “대외 원조 예산 84% 줄이겠다”

정권의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이는 올해 대외 원조 예산의 84% 삭감을 뜻하며 우방국과 경쟁국에 미국이 개발 원조 무대에서 스스로 퇴장함을 알리는 결과가 된다. 트럼프 정권은 글로벌 영향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군사적 승리도 필요하지만 장기적 영향력은 공공 의료와 교육, 민주 정치 제도 등에 투자해 미래를 만드는 일에서 나온다. 그런데 단연코 경쟁국보다 잘 해온 방식을 버리고 중국의 대외 관계 방식을 따르려고 한다.

중국의 개발 원조는 거래적 관계와 국영 기업들만 이롭게 하는 사회 기반 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장기적 제도 구축을 위한 지원 대신 핵심 시설과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더 긴 역사를 돌아봐도 중국 집권자들은 진정한 파트너십보다 상징적 장치와 상업적 영향력을 앞세워 주변국을 관리해 왔다.

트럼프의 원조 예산 삭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해당국 제도 및 관리 방식 개선 대신 재정 부담만 줄이겠다는 접근은 ‘관대함’과 ‘가치’로 표현되던 그간의 명성과 이점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중국의 지원 예산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유리한 고지를 무상으로 넘겨주는 것과 같다.

미국, 해외 원조에서도 ‘글로벌 리더’

미국은 현재까지 해외 원조에서도 전 세계를 이끌어 왔다. 작년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규모만 해도 633억 달러(약 90조원)로 선진국 전체 원조금의 1/3에 해당한다. 비교하자면 중국은 수년 전 70억 달러(약 10조원)로 최고점을 찍은 후 현재는 30억 달러(약 4조원)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미국 및 중국 공적개발원조 규모 추이(2015~2024년, 단위: 십억 달러)
주: 미국(짙은 청색), 중국(청색)

단지 금액으로만 비교할 일도 아니다. 작년 미국의 공적개발원조는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의 0.25%로 중국의 0.016%와는 단위 하나가 다르다. 그저 관대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전략적 투자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신을 중국과 동급으로 위치시키면서 그간의 정신과 지정학적 주도권까지 모두 내려놓겠다고 하는 중이다.

미국, 중국 공적개발원조 비교
주: 공적개발원조(십억 달러, 짙은 청색), 국민총소득(조 달러, 청색), 공적개발원조 비율(%, 하늘색)

중국에 ‘거저 주도권 내주는 셈’

해외 원조는 단순한 이타주의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보험을 제공하는 장치다. 전 세계에 위치한 국제개발청은 미국이 해당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지역 불안정에 대응하며 의료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통령 에이즈 구호 비상 계획’(President's Emergency Plan for AIDS Relief, PEPFAR)은 2004년 이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HIV 감염률을 60% 떨어뜨렸다. 지금 지원 예산의 1/3만 줄인다고 해도 지역 공공 의료 시스템은 물론 통치 구조까지 약화해 20년을 넘는 성과를 하루아침에 되돌릴 것이다.

반면 전략적 자산과 연계한 미심쩍은 융자를 기초로 한 중국의 지원 방식은 대안의 부족으로 다시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중국은 영향력 강화를 위해 예산을 늘릴 필요조차도 없다. 재정 상황으로 지원 규모를 줄여가던 참에 미국이 발을 뺀 것이다. 중국은 항만 사용권과 채굴권 등을 융자 계약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영향력과 자산을 동시에 확보한다. 미국이 지원하는 강력한 거버넌스 프로그램(governance program, 제도 개혁, 투명성, 책임성 강화를 포함한 개발 원조의 구성 요소)이 없다면 수혜국들은 협상력을 잃고 중국의 영향력에 휘둘릴 것이다.

영국의 사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효율성을 앞세워 원조와 외교를 묶는 방식은 영국의 ‘소프트 파워’를 추락시키는 데 일조했다. 미국이라고 이를 피해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대외 원조는 이타주의 아닌 ‘전략’

그리고 효율성이 반드시 원조 규모 축소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연방 지원금에 더해 해당국 통화로 투자금을 조달하며 보증까지 제공한다면 현지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본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지원 규모를 확대할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수혜국의 제도 개혁과 원조를 연계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 GNI의 0.35%를 공적개발원조에 배정한다면 현재 수준인 0.25%와 UN 목표인 0.7% 사이에서 정치적 반발을 피하면서 대외적 신뢰는 유지하는 절충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G7 국가 간 다국적 ‘원조 합의’(Generosity Compact)도 회원국의 일방적 원조 중단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 조셉 스트레이어(Joseph Strayer)는 ‘권력은 오늘의 선물로 내일의 순종을 확보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 말의 뜻을 잘 이해하고 단순한 동맹 결성에만 몰입하지 않고 공유 가치 기반의 세계 질서 구축에 힘을 기울여 왔다. 트럼프(Trump) 대통령의 예산 삭감은 최악의 시기에 미국의 그 귀중한 유산 하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샤하르 하메이리(Shahar Hameiri)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s USAID cuts only accelerate the West’s miserly convergence with Chin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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