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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韓 VC 첫 출자 ‘무기한 연기’, UAE 韓 투자도 ‘교착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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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벤처펀드 출자 잠정 중단
올해 초 VC 접촉 5개월만
국제유가 하락 및 실적 악화 영향
사진=아람코

한국 유망 스타트업으로의 간접 투자를 예정했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가 벤처펀드 출자를 잠정 중단했다. 저유가로 인한 실적 부진 속 사우디 정부의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서다.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던 금액 자체는 아람코의 사이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한국으로의 투자 또한 중단된 것이다.

아람코, 국내 GP 선정 절차 중단

16일 벤처캐피털(VC)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최근 국내 VC 대상 벤처펀드 위탁운용사(GP) 선정 절차를 중단하고 무기한 연기했다. 올해 초 한국 정유 자회사 에쓰오일(S-oil)을 활용해 VC 접촉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으로, 지난달 적격 후보군을 선정했었다.

아람코는 올해 들어 자회사인 에쓰오일을 통해 국내 유수 VC들과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 과거 뮤렉스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한 경험이 있는 에쓰오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람코는 이렇게 접촉한 운용사들 가운데 국내 대형 VC 스틱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3곳을 숏리스트(적격후보)로 추렸다.

아람코는 당초 국내 VC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탈석유·지속가능 사업 발굴 저변을 넓힌다는 방침이었다. 아람코 기업형 VC인 아람코벤처스가 운용 펀드 자금 일부를 출자하는 재간접펀드(Fund of funds) 조성 구조로, 에쓰-오일과 최대 150억원 출자를 예정한 상황이었다.

경기침체에 국제유가 급락

하지만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아람코 실적 악화가 출자 잠정 중단으로 이어졌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해 1월 평균 배럴당 73달러 선에서 15일 기준 63달러까지 추락했다. 연초 대비 14% 급락이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78달러 선에서 66달러를 기록하며 15% 빠졌다.

유가는 수급상 당분간 뚜렷한 반등 요인 없이 약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의 공급 확대 기조가 유가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OPEC+가 오는 7월 추가 증산까지 단행할 경우 유가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 WTI 평균 전망치를 56달러, 브렌트유 전망치를 60달러로 제시했다. 다른 투자 금융기관들도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65달러 아래로 잡았다.

향후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제품 수요 둔화, 무역 장벽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교역 위축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물동량과 석유류 소비를 동시에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석유 수요 증가율이 최근 5년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하며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미국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현실화되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40~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람코 VC “한국 스타트업은 한국서만 사업하려 한다”

아람코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데는 사우디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벤처펀드 출자 잠정 중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기업인 아람코에서 나오는 배당이 사우디 정부의 주된 자금줄인데, 최근 배당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우디 정부와 국부펀드(PIF)로 가는 아람코의 배당금은 지난 1분기 28조원으로 전년 동기 40조원와 비교해 30%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 1분기 아람코 순이익이 1년 전보다 5% 가까이 감소한 약 34조원 수준에 그친 탓이 컸다. 벤처펀드 출자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사우디가 새는 돈 막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자금난에 사우디의 초대형 신도시 개발 사업인 ‘네옴시티’마저 차질에 빠져서다. 사우디의 지난 1분기 재정적자는 33억 달러(4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5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투자 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거로는 시장 확대의 소극성이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말 개최된 국내 최대 글로벌 페스티벌 '컴업 2024'를 방문한 아람코 산하 VC 사업부 와에드벤처스의 투자 매니저 카마르 아프타브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만 사업을 하고 싶어한다”며 “진출한다고 해도 일본 정도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력이 있음에도 해외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국에 집중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와에드가 첫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리벨리온 역시 사우디를 글로벌 진출국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의 국내 벤처펀드 출자가 시작과 동시에 난항에 빠지면서 국내 VC들의 오일머니 유입 기대감도 줄게 됐다. 앞서 국내 VC들 사이에선 아람코가 벤처펀드 출자 규모를 점차 키워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 함께 오일머니 큰손으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한국 스타트업 투자도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5월 국내 VC와 손잡고 벤처투자 합작사를 설립해 조 단위 벤처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합작사 설립조차 미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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