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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스트레스 DSR 앞두고 대출 유치전 나선 주요은행들 "한도 줄기 전에 받자" 막차 수요 급증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앞두고 주요 은행이 대출 영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한도를 각각 2~3배로 늘리는가 하면 금리 인하 혜택을 폭넓게 적용하기도 한다. 이에 실수요자들 사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할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물량이 소진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 대출 영업 박차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번 한도 조정에 따라 비규제지역에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고객이라면 15억원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거의 꽉 채워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NH농협은행은 27일 공무원 전용 상품인 NH공무원대출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상품은 3개월 이상 근무한 공무원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로 금리는 연 3.46~4.76% 수준이다. 은행 측은 “비대면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한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를 통해 주담대 고객을 잡으려는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5년 주기형 주담대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8%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5대 은행 외 다른 주요 은행들도 대출금리를 내리거나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실수요자 경쟁도 과열
주요 은행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건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 영향으로 해석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일반 차주의 주담대 한도를 수천만원이나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자신의 대출 한도를 끝까지 채워서 주택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7월 이후엔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의미다. 또 3단계 DSR 실행 후 풍선효과를 우려한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각각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한도를 선제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7월 이후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에 시중은행 대출 창구도 붐비는 모양새다. 농협은행은 6월에 실행할 모집인대출의 접수를 오는 29일부터 중단한다고 전했다. 근래 들어 농협은행 금리가 타행보다 경쟁력 있게 책정되자 6월분 접수가 한 달 먼저 종료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달 먼저 소진되는 건 이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3조1,936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증가폭이 2조3,198억원을 기록하며 잠시 꺾이는 듯했으나 4·5월 연속 3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현재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592조6,236억원인데 현재 속도라면 수개월 내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동안 감소세였던 신용대출 잔액도 증가세로 반전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3월까지 매달 줄어들었는데 4월 8,868억원에 이어 이달 9,631억원이나 불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대면으로 대출을 접수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대출 개시와 거의 동시에 신청이 마감되고 있다.
집값 반등에 대한 착시, “신중해야”
부동산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값은 26일 조사 기준, 0.32% 올라 전주(0.23%)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하락세를 이어오던 강북 지역도 노원구와 도봉구가 보합세로 전환되는 등 규제 시행 전 수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8월 이후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유지되거나 반등할 수 있으나, 이는 구조적 상승세가 아닌 일시적 수요 집중에 의한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대출을 감행했다가는 상환 부담에 짓눌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금리 인하에 기대를 걸고 대출을 서둘렀다가 만약 하반기 이후 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급격한 대출 증가에 긴장감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진행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투기 열풍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며 “또 금리가 인하하더라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나치게 높이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지속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상반기 내 공격적인 대출 경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적 부담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대출 급증이 곧 집값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에서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