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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 통화에도 평화협상 교착, 러시아 각서 제안에 젤렌스키 '기만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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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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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에 전달할 평화 각서 초안 작업 중 
우크라 등 구소련 국가 나토 가입 제한 포함
터키 이스탄불 열리는 2차 평화 협상도 제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통화가 있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협정 논의가 여전히 공회전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의 의제가 될 각서 초안을 제안하며 2차 협상을 제안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만전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며 대러 제재 강화까지 시사했다.

크렘린 "우크라에 평화 각서 초안 보낼 예정"

28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차기 협상을 준비 중이며, 현재 우크라이나 측에 제시할 각서(memorandum)의 초안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곧 양측이 제출한 각서 초안이 공개될 예정이며, 이는 다음 협상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에는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에 평화각서 초안을 보낼 예정"이라며 "다만 소요 시간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이상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의 윤곽을 잡을 각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나토 동진(東進) 중단을 서면으로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등 구소련 국가의 나토 가입을 공식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가화 △일부 서방 제재 해제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주권 자산의 반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자 보호 등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영토 문제에서 타협할 의향이 없으며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을 완전하게 넘겨주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렘린 고위층의 사정에 정통한 한 러시아 고위 관계자도 "푸틴 대통령은 평화를 원하지만,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만으로 나토 확대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향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크라 "러시아 측, 각서 초안은 보내지도 않아"

평화 협정의 각서를 두고 공회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바티칸 평화회담을 거부했던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2차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대표단이 다음 달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차 평화 협상을 재개할 것을 우크라이나 대표단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단은 2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 각서를 전달하고 그와 관련해 필요한 설명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 16일 이스탄불에서 전쟁 발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평화 협상을 벌였다. 이 협상에서 양국 각 1,000명씩 포로 교환이 이루어졌으나 휴전 등 논의에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휴전을 원한다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2차 회담 장소로 스위스가 거론됐으나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국영 통신사 타스통신은 스위스가 중립성을 잃었기 때문에 더 이상 회담 장소가 될 수 없다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이 평화 협상을 제안한 다음날인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기만전술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약속했고, 일주일 이상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각서'를 아직 누구도 보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것을 받지 못했고, 우리의 파트너와 동매국들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첫 회담을 개최한 튀르키예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약속했음에도, 러시아가 또 다른 기만책을 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美, 종전 협상 중재 철회·대러 제제 등 압박 강화

한편 중재국인 미국은 양국 정상의 통화 이후 러시아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을 강화했다. 존 켈리 주유엔 미국 부대사 대행은 29일 안보리에서 "만약 러시아가 비극적인 전쟁을 계속하는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미국은 종전을 위한 협상 노력을 철회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이어 켈리 대행은 "우리는 러시아 진정성을 협상 조건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평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서방 외교가의 기대를 모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가 사실상 '빈 손'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두 정상의 통화는 휴전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트럼프를 농락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CNN도 "이번 통화로 푸틴은 자신에게 트럼프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던 트럼프 대통령도 한발 물러슨 모습이다. 그는 28일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향한 푸틴의 진정성을 믿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약 2주 후에 말해주겠다"며 "만약 그가 미국을 속이고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해 대러 제재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주요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고위급 회담을 열자”며 회담 장소로 튀르키예·바티칸·스위스 등을 제안했다. 미국이 발을 빼지 못하게 평화 협상의 판을 키우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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