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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돌아온 트럼프에 원·위안 동조화 뚜렷”, 외환 시장 분위기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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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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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민감도 높아 달러 흐름에 연동
특정 통화 매도세 인접 통화에 영향
원화 약세 더 뚜렷, 동조화 비중↓

한국은행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원화와 위안화의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동조화’ 현상이 심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두 통화가 글로벌 자금 흐름과 달러 방향성에 대해 유사한 반응을 보이며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원화의 약세 폭이 위안화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기존 동조화 흐름이 점차 이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역 경로 및 자본 흐름 비슷

한은 국제국이 16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와 여타 통화의 동조화 계수 분석에서 원화가 0.31로 33개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원화-위안화 동조화 계수는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며, 최근 들어서는 장기 평균(0.21) 수준에 근접했다.

한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한국과 중국 경제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한국과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각각 18.7%, 14.6%로 매우 높은 만큼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두 통화에 동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원화-위안화 동조화에는 비대칭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는 주로 평가 절하 국면에서 동조화가 강화되고 절상 국면에서는 약화됐다. 원화의 절하 국면에서 위안화가 1% 변동할 때 원화는 0.66% 변동하는 반면, 절상 국면에서는 그 관계가 유의하지 않았다. 한은은 “한국이 중국과 달리 자본 이동이 자유롭고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절하 국면에서 동조화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동조화 국면은 길게 지속되는 반면, 탈동조화 국면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동조화 국면 지속 기간의 기댓값은 약 9개월로, 탈동조화 국면의 지속 기간(약 1.5개월) 대비 6배가량 길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위안화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원화는 위안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미⸱중 무역 갈등의 전개 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위안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시아 시장, 달러 유입·유출에 민감

외환시장에서 동조화 현상은 2개 이상 국가의 통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무역 구조가 유사하거나 자본시장이 연결된 국가들 사이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며, 원화와 위안화처럼 상관관계가 높은 통화쌍은 외부 충격이나 글로벌 자금 흐름에 따라 거의 동시에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 국가 모두 수출 중심 경제라는 공통점을 가지는 것은 물론 주요 교역 상대국이 겹치는 경우 또한 많기 때문이다. 교역 상대국의 정책 변화나 경기 둔화 같은 대외 변수에 비슷하게 노출되는 셈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 가능한 수준의 상관성을 만들어낸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보면 원·위안화의 동조화 계수는 0.211이고, 2015년 3월 이전만 보면 0.262였다가 그 이후 현재까지 0.31로 높아졌다. 미·중 무역 갈등이 처음 시작된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는 0.33으로 크게 높아지기도 했으며, 비교적 최근인 팬데믹 발생 초기 2020년 3월~6월에는 0.336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 심리도 동조화에 크게 작용한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위험이 감지되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통화로 자금을 이동시키는데, 이때 신흥국 통화들은 일괄적으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다.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리스크 오프(Risk-off) 국면이 외환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이때 매도되는 통화들은 실제 경제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단기적으로 묶여서 움직이는 듯한 흐름을 연출한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이러한 흐름의 영향권 내에 있다.

“원화 혼자 죽는 장” 평가도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같은 아시아 통화권에 속한 위안화와 엔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데 반해, 원화는 글로벌 달러 강세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심화할 때마다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쪽 통화들은 높은 수출 의존도 탓에 트럼프 관세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여기에 한국은 정치 이벤트까지 겹치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 외환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안화의 경우, 중국 당국의 시장 개입 여지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정책 방어선이 존재한다. 반면 한국은 환율에 대한 직접 개입 여력이나 정치적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처럼 정책 수단의 제약 속에 원화는 주변 통화들보다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와의 비교에서도 이러한 단면이 분명히 드러난다. 일본 역시 극단적 엔저 시대를 통과하고 있지만, 이는 자국 중앙은행의 명확한 방향성과 금리 정책에 기반한 결과다. 반면 한국은 물가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 중임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환율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이를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한국 외환시장의 투명성은 우수하지만, 급변 사태 대응 여력은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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