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폴리시] 동독 ‘생산성 기적’의 비밀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동독, 통일 후 극단적 생산성 격차 ‘극복’
자본, 인력 지원에 ‘유럽 시장 통합’ 호재까지
국민적 공감대와 의지, ‘복제 어려워’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전 세계는 분단의 상징이 사라지는 극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하지만 장벽보다 없애기 힘든 동독과 서독 사이의 분단은 경제에 있었다. 통일 당시 동독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서독보다 35유로(약 55,000원)나 낮았고 그 차이를 좁혀간 과정은 전후 손꼽히는 경제적 성취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사진=ChatGPT

동독 지역 생산성, 서독의 ‘43%’에서 85%로

통일 후 30년 후 과거 동독 지역 근로자의 1인당 생산성은 서독의 85%에 이르렀다. 현명한 산업정책과 제도 개혁, 선별적인 투자를 통해 경제적 통합을 앞당긴 것이다. 누구나 전략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이 정도 변화를 이뤄내는 일은 한 차원 다른 일이다.

인구 구조나 자본보다 국가 간 소득 차이를 잘 설명하는 요소가 생산성이다. 현재 남아있는 서독과 동독 지역 간 국내총생산(GDP) 격차의 80%도 생산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1991~1996년 사이 동독 지역 근로자의 생산량은 서독 대비 43%에서 73%로 성장했는데 이는 전후 복구가 진행 중인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속도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뒤에 ‘트로이한단슈탈트’(Treuhandanstalt, 동독 국영 기업 민영화를 위한 국가 기관)가 있었다. 통일 직후 설립된 해당 기관은 생산성이 높은 국영 기업부터 민영화했다. 생산성이 이미 상위 60%에 속하는 기업부터 민영화 대상에 포함해 자본과 현대적 경영 방식을 이식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동독 공기업 생산성과 민영화 간 관계
주: 민영화율(좌측), 노동 생산성(100분위 기준)(X축), 민영화율(Y축) / 민영화까지 기간(우측), 노동 생산성(100분위 기준)(X축), 민영화까지 기간(월)(Y축) / 근로자 1인당 매출(청색), 시간당 매출(적색)

자본, 숙련 인력, 보조금 동원 ‘전격 지원’

결국 동독 기업들의 변신은 새로운 자본과 숙련된 노동력, 대규모 국가 보조금의 투입을 통해 달성됐다. 1990~1995년 기간 6천 개가 넘는 서독 기업들이 동독 기업에 투자했는데 수십 년간 사용한 낡은 생산 시설을 한 번에 업그레이드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150만 여명의 서독 근로자들이 동독 지역에 임시 배치돼 기술 전수와 교육 훈련을 담당했다.

독일 정부는 30년간 2조 유로(약 3,158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으로 고속도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했다. 여기서 지원금만큼 중요한 요소가 제도였다. 서독의 법체계와 재산권 제도, 직업 교육 시스템 등이 동독으로 이식돼 빠르게 실행됐다. 이러한 ‘제도 복제’(institutional cloning) 덕분에 서독 기업들이 동독 지역에서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유럽 시장 통합과 유로는 ‘행운’

또 하나의 도움은 유로의 등장이었다. 동독 기업들의 생산성이 서독 대비 70%를 넘었을 때 통화 동맹(monetary union)이 결성돼 무역 비용을 줄이면서 3억 명으로 이뤄진 시장에 추가로 접근할 수 있었다. 작센(Saxony) 등 지역에서 중간재 수출이 급증해 2000년대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상단으로 올라갔다. 드레스덴에는 AMD와 인피니언(Infineon)의 초기 투자로 만들어진 ‘실리콘 작센’(Silicon Saxony, 첨단 기술 분야 600여 개 기업으로 이뤄진 클러스터)이 7만여 명을 고용한 반도체 허브로 성장했다. 대만의 TSMC도 신규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해 100억 유로(약 16조원)를 투자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중국의 배터리 제조 기업 CATL이 아른슈타트(Arnstadt)에 지은 생산 시설이 높은 임금으로 기술 인력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는 동독과 같은 성과에 미치지 못했다.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는 견고한 GDP 성장을 이뤘음에도 유럽연합(EU) 생산성 기준에 25~30% 정도 미치지 못한다. 재정 지원 규모가 훨씬 작고 법체계가 덜 효율적이며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탓이다.

국가 간 격차는 ‘생산성 차이’

민영화된 동독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는 명확한 성공 공식을 보여준다. 일단 민영화 전부터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상위권 기업들의 5년 후 생존율이 80%에 달한 반면 하위권 기업들은 58%에 그쳤다. 20년 후 근로자 수도 상위권 기업은 민영화 전 절반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하위권 기업은 유지조차 힘들었다. 적응력과 생산성을 갖춘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고르게 분산하는 것보다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민영화 전 생산성과 생존율 간 관계
주: 생존율(좌측), 노동 생산성(100분위 기준)(X축), 생존율(Y축) / 직원 유지율(우측), 노동 생산성(100분위 기준)(X축), 민영화 전 직원 수 대비 현재 직원 수 / 5년 후(5y), 10년 후(10y), 15년 후(15y), 20년 후(20y)

정리하면 동독의 성장은 기적이 아니다. 자본과 기술, 제도 개혁과 정치적 의지가 순차적으로 세심하게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다. 국가 간 격차를 줄이는 일은 생산성 차이의 극복을 의미하며 이는 굳은 의지만으로 부족하다. 전략과 인내가 어우러져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모리츠 헤니케(Moritz Hennicke) 브레멘 대학교(University Of Bremen) 박사후 연구원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dustrial policy lessons from East Germany’s privatis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