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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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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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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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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리스크 프리미엄’ 급등
‘시장 신뢰 상실’ 의미
납세자 부담 및 글로벌 금융 비용 증가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국 재무성 채권(US Treasuries)을 비롯한 국채가 한 축을 담당하던 세계 금융 질서에서 ‘안전자산’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재정 압박, 투자자 확신의 약화 등이 겹치며 한때 ‘무위험’(risk-free)으로 간주되던 국채의 명성이 쇠락한 것이다. 파급효과는 채권 시장을 넘어 부동산담보대출과 기업 투자는 물론 글로벌 금융 안정에까지 미치고 있다.

사진=ChatGPT

미국 국채, “더 이상 안전자산 아냐”

변화의 기저에는 산업 생산력에 근거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 보조금과 끊임없는 혁신의 결합을 통한 제조업 경쟁 우위는 관세 부과로 뒤집을 수 없는 구조적 장벽이 돼 버렸다. 하지만 더 큰 걱정은 중국의 제조업 지배가 아니라 변화를 견뎌낼 만큼 시스템이 견고하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6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4.51%를 기록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급등이나 경기 팽창 때문이 아니었다. 인플레이션은 2% 가까이로 안정돼 있었고 경기는 위축 국면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국채 수익률이 내려야 할 상황이었는데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 보유의 대가로 더 높은 수익을 요구했다면 이는 신뢰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채 수익률 인상은 상승일로에 있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장기 국채 보유에 대한 추가 수익률)과 맥을 같이 한다. 쉽게 말해 시장은 미국 국채의 액면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이제 안전 자산이 아니니 보유 대가를 더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은 “신뢰 상실” 의미

국채의 안전성은 단순히 상환 가능성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높은 유동성과 신뢰성으로 글로벌 금융에서 맡고 있는 역할 자체가 안전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각종 거래에 담보로 사용되고, 법적 보호를 받으며 각종 규제에서 면제되는 혜택도 받는다. 하지만 신뢰성이 무너지면 모든 특혜도 함께 사라진다.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 발표 이후 미 국채의 장기 수익률이 2/3나 오른 것은 그러한 신뢰의 붕괴로 인한 것이다. 동시에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국채의 전통적인 위험 분산(hedge) 기능에 대한 믿음까지 뒤집기에 충분했다.

시장 신뢰의 상실은 세 가지 방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무디스가 미 국채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자마자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 경매 한 건으로만 연간 30억 달러(약 4조원)의 이자 비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또 4월 관세 인상 국면에서 미국 국채는 상당한 가격 조정 없이 매매가 어려울 정도로 유동성을 상실했는데 이는 코로나19 국면에 발생한 패닉과는 전혀 달랐다. 마지막으로 달러 약세와 채권 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심각한 패턴이 2000년대보다 평균 두 배 이상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시장 혼란

지난 6월에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2023년 초를 기점으로 1.3%P 올랐는데 이는 미국 납세자들이 이자 상환을 위해 연간 3,560억 달러(약 491조원)를 추가로 내야 함을 의미한다. 독일 채권 수익률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넘는 등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기간 프리미엄 추이(2023년 1월~2025년 4월)

국채가 채우지 못하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메우려는 시도도 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다른 기준 자산에 고정되는 암호화폐)과 디지털 예금이 대표적인데 문제는 이들의 가치가 정부 채권에 연동한다는 것이다. 또 암호화폐가 빠른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국가가 발행한 부채의 법적 지위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자은행들이 부실 대출을 모아 최고 신용등급 상품으로 포장한 탓에 금융위기가 촉발됐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국채가 신뢰를 잃으며 글로벌 금융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로화 환율 변동에서 보호되는 독일 국채나 마지막 남은 ‘AAA 등급’으로 불리는 호주 국채로 옮겨 가고 있다. 그사이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달러 비용이 늘어 고민에 빠졌다.

미국 피해는 물론 ‘글로벌 금융 비용’도 증가

미국으로서는 미국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0.5% 오를 때마다 5년간 GDP의 0.6%에 해당하는 추가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1년보다 2.5% 오른 7%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신규 프로젝트 투자의 최소 수익률로 11%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따른 3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동
주: 기간 프리미엄(X축), 주택담보대출 금리(Y축)

정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국가 채무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재정 흑자 목표가 고통스럽지만 필요하다. 또 정부의 채무 변제 우선순위가 법적으로 명확히 정리될 필요도 있다. 한편 현재 논의 중인 유로 본드(Eurobond), 친환경 채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원하는 디지털 자산 등도 안전자산을 위한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안전자산의 가치는 발행국 정부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 신뢰가 흔들리면 차입 비용이 오르고, 가구 부담이 증가하며, 성장이 둔화하는 것이다. 신뢰를 다시 얻는 것도 어렵지만 그대로 둔다면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장 피에르 란다우(Jean-Pierre Landau) 파리 사이언스 포(Sciences Po Paris)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world with no safe asset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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