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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신규주택 가격 24개월 연속 하락
당국 ‘수요 끌어오기’ 정책 되풀이
정부 개입 한계, 통제 불능 성격 짙어져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며 당국의 정책 대응도 점차 ‘붕괴 방지’ 수준으로 낮아지는 모습이다. 2023년 상반기 시작된 주택 가격 하락은 24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금리 인하와 재정 투입, 재임대 프로그램 등 각종 부양책도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엔 부동산세 도입까지 검토했던 정부가 지금은 인공호흡기 수준의 처방을 반복하는 가운데, 시장은 정책 신뢰도 붕괴와 수요 이탈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단 진단이 나온다.
실수요 심리 냉각, 유입 자금 부재
18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내 70개 주요 도시의 5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평균 0.2% 하락하며 24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4월(4.0% 하락)에 비해 하락 폭은 다소 줄었으나, 시장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5월 기존(중고) 주택 가격 역시 전월 대비 0.5% 하락했으며, 전체 부동산 투자 규모는 10.7% 감소했다.
외신들은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등의 단서조차 없는 흐름이 고착하면서 이제는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까지도 매입을 보류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반적인 물가 하락이 중국 내 기업 수익과 직원 소득을 짓누르는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관세 휴전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도리어 주택 구매 수요를 억제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장기 하락 흐름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부동산은 중국 내에서 절대적인 투자처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지방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와 대형 부동산 업체의 연쇄 도산으로 인해 ‘부동산=고위험 자산’이라는 인식이 정착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심리는 사라졌고, 손해를 줄이려는 방어적 심리만 남았다. 이처럼 수요는 줄고 자금은 묶인 상황에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하방 경직성을 상실하고 있다.

매입·재임대·금리 인하에도 시장 반응 냉담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부동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 매입 후 재임대하는 방식의 ‘보유형 주택’ 사업을 지방정부 주도로 확대하고 나섰으며,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 거듭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을 공급 중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실질적 반등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1·2선 도시에서조차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상하이 푸둥(浦東) 중심가의 ‘스지쳰탄톈후이(世紀前灘天滙)’ 주상복합 아파트는 총 258가구 분양에 150명이 청약을 해 청약률이 58%에 그쳤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10월 법원 경매에 나온 항저우의 한 아파트는 세 차례나 유찰되면서 입찰가가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기존에는 고정 수요가 존재하던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여타 지역에서는 완공된 아파트들도 높은 공실률로 시름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중국인들의 자산 선호도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중국 내에서는 실물자산보다 현금 보유, 외화 자산, 금 등 유동성과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졌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절대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인식과 멀어졌다. 실질적인 구매 여력보다 심리적인 매수 의지가 더 강하게 위축된 셈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지나치게 전통적이라는 평가다. 주택 매입 장려, 대출 완화, 공공임대 확대 등은 2010년대까지 효과를 냈던 방식이지만, 지금의 문제는 수요자들의 심리 이탈에 있는 만큼 그 방식에서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정책은 물리적으로 공급과 자금 흐름을 조정할 수 있을 뿐, 무너진 신뢰와 매수 의지를 회복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여기에 정부의 이중적 태도도 시장 혼란을 키우는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금리 인하와 대출 완화 등 부양책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투기 억제’ 기조를 유지하는 탓에 정책 방향성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것이다. 일관되지 못한 신호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더 큰 혼란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실수요자들의 매수 의지마저 꺾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가 직접 시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정책 효과는 그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이유다.
부동산세 실험은 경기 위축 우려로 무기한 중단
중국 정부는 한때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면적 개입을 검토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논의 중인 부동산세 도입을 들 수 있다. 이는 투자용 또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일정 기준 이상 부동산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지방 정부의 재정 기반을 다변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해당 제도는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기도 됐지만, 전국 확대는 무기한 연기됐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한 현재 상황에서 세금 도입은 매수 심리를 더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 부적절하다는 게 중국 정치권의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도 정부 개입의 여지를 제한하는 요소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0%에 달하고, 지방 정부 재정의 상당 부분이 토지 매각 수익에 의존해 있다. 부동산을 강하게 조이면 지방 재정이 흔들리고, 반대로 풀면 자산 버블 우려가 커지는 구조다. 이처럼 엇박자가 불가피한 구조 속에서 정부는 한 발씩 늦은 대응만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현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붕괴 방지’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을 중심축으로 삼았던 성장 모델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지만, 그 대안은 전무하단 지적이다.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원장은 “현재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시민들의 자산 축적 욕구와 더불어 토지가치의 환수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다만 시장의 상황이 조정이 아닌 해체에 가까운 침체라는 점에서 정책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