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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국·중국 피해 ‘제3의 길’ 걷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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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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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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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역 협력’ 통해 ‘관세 위험’ 분산
‘태평양 협정’ 주도국으로 자리매김
“부채 규모 GDP의 2.5배”, 리더십에 의문도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일본 제품에 대해 24%의 포괄적 관세를 부과하며 태평양 지역의 무역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지역 경제 관여를 포기하며 떠난 자리에 일본이 들어와 규칙을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영향력 있는 무역 연합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CPTPP)의 주도국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ChatGPT

일본, ‘미국 위험’에 ‘지역 협력’으로 대비

CPTPP는 작년 12월 영국이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강력한 경제 세력으로 부상했다. 동맹국 합계 국내총생산(GDP)이 12조 달러(약 1경6천조원)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1인당 부가가치(value-added per capita)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CEP)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이 부재한 가운데 회원국들은 일본의 원산지 규정(rules of origin)과 디지털 표준을 기반으로 규칙을 다시 써 나가고 있다.

CPTPP 자체가 상징에 지나지 않는다는 회의론도 있지만 일본은 이미 반박할 숫자를 가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25% 가까이 증가한 자동차 수출에 힘입어 일본의 GDP가 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대부분 CPTPP 회원국에 대한 수출을 통해 가능했다.

일본 산업별 GDP 성장 기여 예상(2025년)
주: 자동차, 기계 및 전자, 화학 및 제약, 디지털 및 사업 서비스, 기타 제조업, 농업(좌측부터) / 부가가치 성장(청색)(단위: 조 엔), GDP 성장 기여도(%P)

하지만 어려움도 여전하다. 특히 일본의 농업은 급격한 쇠락을 겪고 있다. 쌀과 밀, 보리 경작을 통한 수입이 40%까지 감소해 농촌 가구의 생계를 위협하고 정치적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이미 70%가 65세를 넘긴 136만 명의 일본 농업 인구를 위해 정부는 1조 2천억 엔(약 11조3천억원)의 지원 계획을 마련 중이기도 하다. 내리막을 반전시킬 수는 없지만 시간을 벌어 농촌 지역을 첨단 수출 지향형 벤처 단지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CPTPP 내 일본 영향력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부과는 일본 기업들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이토 엔(Ito En, 일본의 다국적 음료 기업)과 같은 회사는 공급망 재조정에 돌입해 이른바 일본의 ‘제3의 길’(third path)을 따르고 있다. 이는 중국의 국가 주도 무역 방식과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을 모두 피해 가려는 전략 조정을 의미한다.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다. CPTPP 회원국인 베트남에 대한 1분기 수출이 12% 증가해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한 충격을 상쇄했다.

일본 수출 추이(2019~2025년 1분기, 단위: 조 엔)
주: 미국(청색), CPTPP 회원국(하늘색)

일본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주요 경제권도 CPTPP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가입을 시도했으나 보조금 및 국영 기업들에 대한 우려로 차단당한 상태다. 의장국인 호주가 노동 및 기후 규정 준수 여부를 강하게 반영하겠다고 밝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정회원보다는 옵서버 자격 및 제한적 상호 승인 협정(mutual-recognition agreement, 한 국가가 인증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상호 인정) 정도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의 데이터 관리 체계(data governance framework)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정치적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CPTPP 내의 디지털 규칙 제정을 주도하는 것도 일본이다. 작년에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국가 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 강제 금지 및 알고리즘 투명성 증진에 EU와 합의한 것은 G7 국가 간에는 처음이자 획기적 성과로 평가된다. CPTPP 내에도 경제적 이익과 민주적 데이터 관리가 균형을 이룬 기준이 마련될 것이다.

무역 다변화 통해 미국발 위험 ‘분산’

CPTPP의 영향력은 관세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표준화된 원산지 규정으로 인해 반도체 및 첨단 기업들이 회원국들로 리쇼어링(reshoring, 생산 시설 국내 이전)을 진행 중이며 일본은 수소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윤리에 대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혁신을 목표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전망 확보를 위한 조치다. 미국의 무역 정책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CPTPP 회원국들로 수출을 다변화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에 달하는 일본이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지만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수출 기반은 꾸준한 세수와 함께, 미국의 정치적 변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도 마련해 준다. 일본은 이미 무역 거래 수익 중 2,500억 엔(약 2조3,500억원)을 회원국 대학들에 배정해 수소 에너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도 CPTPP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자국 정부는 참여를 거부했지만 830억 달러(약 114조원)로 추정되는 잠재 수익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떠난 후 일본이 필사적으로 보전하고자 했던 경제 협정은 이제 일본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성장했다. 더 이상 미국의 복귀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가입을 하든 말든 규칙은 일본의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원문의 저자는 사토루 코다(Satoru Kohda) 도쿄 딜로이트(Deloitte, Tokyo) 선임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arting Japan’s ‘third path’ under Trump 2.0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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