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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 강화에 삼성·SK ‘긴장’, “영향 제한적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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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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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규제 강화 방침 통보
‘VEU’ 제도 폐지 가능성에 촉각
업계 “피해 크지 않을 것” 전망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사진=삼성전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과 SK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허용 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조치는 한국과 대만 기업에 부여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Verified End-User)’ 제도 폐지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현실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생산 거점의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전임 조 바이든 정부부터 반도체 장비 규제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일찍이 대응책을 마련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삼성·SK·TSMC에 통보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자사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사실상 VEU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취지다.

VEU는 미국이 우방국 기업에 한해 지정 품목에 대해 별도 심사 없이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예외 제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그간 중국 현지 공장에 안정적으로 미국산 장비를 도입해 왔다. 미국이 해당 조치를 철회할 경우 첨단 공정 유지 및 설비 업그레이드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낸드플래시 생산 및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생산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첨단 장비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구조로, 특히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글로벌 D램 생산량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바이든 시절부터 대중국 제재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 첨단 기술 차단 정책 기조 연장선에서 나왔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면서도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적용을 1년간 유예했고, 2023년 두 기업을 VEU로 지정해 무기한 연장했다. 이는 한미 기술 동맹의 성과이자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리나라 첨단 기업의 역할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VEU 자체를 폐지하면 한국 기업들도 일반 허가 절차에 따라야 하며, 이는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현재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장비 기술 우위를 무기화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ASML EUV 장비가 2019년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된 데 이어, 최근에는 HBM 등 고대역폭메모리 수출 제한도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장비 반입 제한이 시행될 경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장비 업체의 제품이 중국으로 반입되는 경로가 사실상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새 방침은 최근 런던과 제네바에서 이어진 미중 고위급 무역 대화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앞서 아시아안보대화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의 재검토를 촉구하며, 경제와 안보의 균형을 강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사진=SK하이닉스

"국내 기업 영향 크지 않을 수도"

다만 업계에선 미국산 장비 반입이 제한되더라도 국내 업체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핵심 기술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를 의미)’ 정책을 펼쳐온 만큼 국내 기업도 관련 대책을 세울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향후 국내 이천 M14, M16 공장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D램 웨이퍼 분기 생산량은 지난해 1분기 기준 48만 장 수준에서 52만 장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정이었다. 증가하는 D램 수요에 대한 대응은 국내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체 D램 생산에서 40% 수준에 달하던 중국 공장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역시 분기 합산 기준 60만 장으로 예정돼 있던 생산능력(CAPA)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에 17억5,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신설한 것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협력사들도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반도체 패키징 회사인 시그네틱스는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투자해 빈푹성 바티엔 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장비 반입 제한은 이미 유예 조치를 거치며 기업들이 중국 내 투자나 첨단 제품 생산 전략을 어느 정도 조정해 왔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당장 큰 충격을 주진 않겠지만 허가제로 전환되면 절차 지연 등으로 운영에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품목 관세 등) 공식 관세 조치 전에 전략적으로 반응을 살피는 성격일 수도 있어 향후 흐름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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