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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제재 전문기업 SK플라즈마, 2026년 내 IPO 목표 2023년 흑자 전환 후 실적 개선 흐름, 수익성도 양호 2대주주 한앤컴퍼티 엑시트 물량, 흥행 영향 미칠 듯

최대 2조원의 몸값으로 평가받는 SK플라즈마가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 등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2021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당시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투자자(FI)에게 약속했던 '2026년 상장' 계획을 현실화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상장에서는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상장 이후 구주 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의 엑시트 규모가 IPO 흥행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1년 유상증자 당시 '5년 내 IPO' 약속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SK플라즈마는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 주 중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SK플라즈마의 IPO를 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DN솔루션즈 상장 철회 등 대형 IPO가 줄줄이 무산되며 시장 전반에 냉기가 감도는 상황에서 SK플라즈마가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플라즈마는 내년 안에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사업 확대를 위해 1,1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2026년까지 IPO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유상증자에서 발행가액은 3만원으로 SK디스커버리가 500억원(166만6,667주), SI인 티움바이오(보통주 100만 주)와 FI인 한국투자파트너스(전환우선주 100만 주)가 각 300억원씩 투자했다. 특히 티움바이오의 경우 SK플라즈마가 5년 안에 IPO를 완료하지 못하면 취득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부여받았다.

혈액제제에서 항암 신약 등 사업 확장 추진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SK플라즈마는 혈액제제 전문기업으로 2015년 SK케미칼의 생명과학 사업부에서 분할 설립됐다. 사람의 혈장에서 유래한 알부민을 비롯해 면역글로불린, 혈액응고인자 등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2년 1,48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215억원까지 증가했다. 2022년까지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 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니 2024년 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원을 넘어섰다.
SK플라즈마는 상장 후 기업가치가 1조~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국내 혈액제제 1위 기업인 녹십자의 시가총액이 1조5,0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조원에 가까운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2,760억원, 영업이익 6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57억원, 240억원으로 이 중 혈액제제 비중은 38.8%에 달한다. 다만, SK플라즈마의 마진율이 녹십자보다 높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IB 업계에서는 주력사업인 혈액제제의 수익성이 다소 낮지만, SK플라즈마가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시 거래배수(멀티플)는 30~40배 정도가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시장 평가 속에 SK플라즈마는 현재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혈액제제는 안정적인 실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익성 제고와 사업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항암 신약 개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등 해외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SK와 신뢰 두터운 한앤컴퍼니 전략에 주목
2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의 엑시트 전략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1월 SK플라즈마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당시, 전환우선주와 구주 인수를 포함해 1,500억원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티움바이오 보유 주식(33만 주) 인수 등 지분율 27.4%를 확보하며, SK디스커버리(55.7%)에 이어 2대주주로 올랐다. 이번 IPO에서 구주 매출 물량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한앤컴퍼니의 전략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SK그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구주 매출이 시장 친화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SK그룹과 다양한 거래를 통해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한앤컴퍼니와 SK그룹이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케이카(전 SK엔카) 인수였다. 지난 2017년 SK그룹은 중고차 판매업(오프라인)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자, 중고차 판매업의 성장성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케이카 매각에 나섰다. 당시 한앤컴퍼니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케이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거래액 4,000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딜을 마무리하며 SK그룹과 관계를 형성했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2건의 추가 M&A를 진행하며 SK그룹과의 신뢰를 강화했다. 2018년 9월에는 SK가스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보유한 SK디앤디 지분 27.5%를 인수한 데 이어,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총 2,8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업황 침체로 SK해운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자, SK그룹은 SK해운 경영권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때 한앤컴퍼니는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전환사채(CB) 매입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며 SK해운에 직접 자금을 수혈했다.
지난해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에서는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해 유동성을 수혈하는 과정에서 한앤컴퍼니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간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SK그룹과 단독 협상을 진행해 알짜 매물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초 솔믹스(전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시작으로 특수가수 1위 업체 SK스페셜티(2조6,000억원), SK엔펄스 CMP패드 사업부(3,346억원)를 연달아 인수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SK실트론 인수 협상도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