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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 SK 37%, 송무석 일가 21% 보유 “2대주주 이미 현금 부자, 급하게 팔 이유 없어”

SK오션플랜트의 경영권 매각이 표류하고 있다. 대주주 SK에코플랜트는 현재 2대주주로 남아있는 창업자들의 지분까지 묶어서 팔고자 하는데, 이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 기업가치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와 2대주주 사이에는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구권)이나 태그얼롱(동반매각참여권)이 없다. SK 측이 2대주주 지분을 묶어서 함께 팔 권한이 없어, 이들이 매각하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SK의 지분만 따로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지분율이 30%대에 불과해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
2대주주 "이 가격엔 지분 안 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의 매각가를 놓고 송무석 전 삼강엠앤티 대표·송정석 삼강금속 회장 등과 합의하지 못하는 상태다. SK오션플랜트는 1996년 설립된 삼강엠앤티를 전신으로 한다. 2021년 약 4,600억원에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된 뒤에도 송 전 대표 형제가 2대주주로 남아있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지분율은 37.6%며 송 전 대표 일가와 삼강금속이 도합 20.73%를 갖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각 카드를 처음 꺼냈을 때부터 2대주주 지분까지 묶어서 팔길 희망했다. 37.6%의 지분 만으로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지는 만큼,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 측이 희망하는 지분 매각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1,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 지분의 시세에 경영권 프리미엄 20%가량을 붙인 셈이다.
하지만 송 전 대표 형제는 이 정도 가격에는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2대주주는 이미 2021년 경영권을 매각해 현금화를 했고, 돈이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아쉬운 쪽은 SK에코플랜트”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와 송 전 대표 형제 사이에는 드래그얼롱도 태그얼롱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SK에코플랜트가 송 전 대표 형제의 지분을 묶어다 통매각할 권한도 없으며, 형제 역시 SK에코플랜트가 지분을 팔 때 동반 매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의미다.
SK오션플랜트 M&A에 사모펀드 주저
기업공개(IPO)를 위해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로서는 이런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SK오션플랜트 매각은 인수 후보들의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사모펀드(PEF)업계에서는 SK오션플랜트가 PEF가 인수하기에 적절치 않은 매물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SK오션플랜트의 지난해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가 1,514억원에 달해 PEF 운용사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매물이라는 설명이다. SK오션플랜트의 연간 CAPEX 규모는 연간 상각적영업이익(EBITDA)이 71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CAPEX 투자가 많은 기업은 현금 흐름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개 모기업 산하의 그룹 차원의 대규모 CAPEX 자금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이 있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통상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인수를 하는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차입 상환 부담에다가 CAPEX 투자 부담까지 동시에 발생하면 자금 운용 자체도 까다롭다. 이에 업계에서는 SK오션플랜트를 인수할 만한 체력을 갖춘 전략적투자자(SI)가 나서는 방안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현대가 인수할 가능성은 낮을 듯"
이런 가운데 SK에코플랜트는 최근 해상 풍력과 연관 사업을 꾸리는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을 초청해 두 기업간 경쟁구도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SK오션플랜트 매각가로는 5,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상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은 기타유동금융상품 등을 포함해 6,34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HD현대그룹의 HD현대중공업은 1조3,888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SK오션플랜트의 주력 사업인 해상 풍력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해상풍력 구조물은 해양 환경을 고려한 설계·제작 기술이 필요한데, 해양 설비 제작 경험이 있는 조선사들에겐 이 시장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한화오션은 최근 싱가포르의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제조업체 다이나맥홀딩스 지분(21.5%) 인수를 마무리짓는 등 해상풍력 관련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기존 조선해양사업부를 상선을 담당하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신재생에너지 등을 총괄하는 해양에너지 사업부로 분리하고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했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SK오션플랜트를 인수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SK오션플랜트를 팔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화그룹의 경우 추후 상속세 등 승계 자금을 마련이 우선인 데다 HD현대그룹은 더 큰 빅딜(큰 거래)를 노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