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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집착] 열등감에서 비롯된 한국인의 브랜드 숭배, 국가적 중독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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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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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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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숭배의 어두운 단면
외형 집착이 만든 시장 비효율
과시 소비, 내면 결핍의 메타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지만, 명품 시장만큼은 예외다. 특히 한국은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고, 공급이 부족할수록 열광하는 기이한 시장 역학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시욕을 넘어 계층 불안과 열등감 등 심리적 허기를 브랜드로 메우려는 구조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심리적 강박은 주거·교육·노동시장까지 침투하며 사회 전반의 비효율을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

과거 팬데믹에 수요가 몰렸던 명품시장은 엔데믹 도래 후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업계 진단에도 불구하고 명품 삼대장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모두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각 사가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종합하면 에·루·샤의 지난해 한국 매출은 총 4조5,573억원으로 전년 4조1,521억원 대비 9.76% 증가했다.

매출이 늘어난 배경에는 가격 인상 효과가 크다. 에·루·샤 모두 지난해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명품이 아닌 다른 재화의 경우엔 가격을 올리는 만큼 소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명품인 경우엔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 덕에 가격을 올려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타인에게 돋보이고 싶어 하는 ‘선택적 럭셔리’가 명품 시장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타인에게 외적으로 돋보이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한국인은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고 싶어 할까? 한국 사회의 브랜드 집착은 외형적 성공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심리 구조에서 기인한다. '좋은 직장, 좋은 집, 좋은 소비'라는 사회적 코드가 곧 유명 브랜드로 귀결되는 인식 구조는 선택의 자율성을 원천 차단하고 브랜드 신봉을 유도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브랜드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소비 행태를 넘어선 심리적 강박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양과 지위에 대한 민감한 반응, 과시적 소비는 그 근간에 열등감의 사회화라는 깊은 내적 원인을 안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를 ‘자아불안’ 혹은 ‘심리적 결핍의 보상 심리’로 해석한다. 사회가 일관되게 성공을 외형적으로 규정할수록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외부 기호로서의 브랜드가 더욱 강력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침체기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심화된다. 현실의 불안과 결핍을 소비로 보상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명품이 심리적 위안의 도구로 선택되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클수록 사람들은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성공의 기호를 필요로 하는데, 명품 브랜드는 그 기대를 가장 직관적으로 충족시켜준다. 이때 소비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작동하며, 불안정한 정체성을 외형으로 위장하려는 심리로 이어진다.

밴드왜건·파노플리 효과, 뿌리 깊은 열등감에서 기인

성공 이미지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밴드왜건(bandwagon)·파노플리(panoplie) 효과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하며,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단지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심리적 도피처다. 특히 학벌, 외모, 직장, 주거지 등 거의 모든 삶의 요소가 계층 구조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브랜드 그 자체가 신분의 은유가 된다. 다시 말해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는 실질적 계층 상승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일종의 상징 자본을 축적하려는 시도로 기능한다. 소비를 통한 상징 자본 축적이 곧 열등감 회복의 통로가 돼버린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일상적 판단에도 깊이 침투한다. 브랜드가 부착된 의류, 가방, 심지어 가전제품까지도 사회적 증명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어느 기업이든 ‘외국계’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신뢰가 상승하고, 제품이든 정책이든 ‘미국·유럽에서 먼저 시작된’이라는 표현 하나로 우수성이 확보된다. 이는 곧 자기 검열로 귀결돼 개인의 선택조차 외부 인식에 의해 통제되는 구조적 심리로 전이된다.

나아가 브랜드 집착은 사회적 위계 인식의 재생산을 낳는다. 유명 브랜드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우월성 환상’이라고 부르며, 집단 내 위계질서에서 한 발이라도 앞서 있음을 입증하려는 무의식적 행동 양식으로 해석한다. 결국 브랜드 소비는 개인의 내적 결핍을 메우는 동시에 사회적 서열화를 강화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셈이다.

브랜드 집착, 집값 양극화로 전이

브랜드 선호는 단지 물건 소비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부동산, 직장, 교육 등 삶의 거의 모든 좌표에서 브랜드가 신분을 대체하는 기호로 작동한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브랜드 구조의 확장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브랜드 집착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반복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집값의 양극화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브랜드 아파트 여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특정 시공사의 이름값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시세를 만든다.

이런 현상은 브랜드 선호가 결국 사회 전체의 시장 효율성을 왜곡시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똑같은 평형, 유사한 입지 조건임에도 특정 단지가 브랜드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시세 차이를 보이는 현실은 명백한 프리미엄이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심리적 요인이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그 왜곡된 가치가 다시 사람들의 선택을 규정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결국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부동산 시장에서 가치의 허상을 낳는다고 입을 모은다. 명품 소비가 허영의 표출이라면, 명품 아파트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되며 그 자체로 자산 계급을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사회적 이동성을 제약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는 사실이다. 비브랜드 단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며,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 또한 열등한 소비자로 간주된다. 이러한 인식은 교육·취업·결혼 등 삶의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돼 궁극적으로는 계층 간 정서적 단절을 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구조적 양극화는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조차 무력화시킨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 심리가 도시의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브랜드 중심의 소비 문화가 단지 사치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노동·교육 등 사회 전반의 질서를 뒤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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