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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적 개입으로 결정적 '전환점' 만들어내 발표 후 24시간 경과한 6월 24일에 휴전 발효 휴전 기간 중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 유지해야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국과 카타르 등 중동 주요국의 중재로 전격 휴전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12일 만에 막을 내렸다.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 개입이 이란의 대응 의지를 꺾으면서 전면전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란의 핵 개발 재개, 수니파 아랍국가들의 기조 변화, 후티 반군 등 프록시 세력의 활동, 가자지구 재건 등 중동 내 구조적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언제든 긴장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이스라엘 측도 사실상 휴전에 합의
2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동부시간 오후 6시경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총체적인 휴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며 "24시간이 지난 후에는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휴전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현재 진행 중인 최종 임무를 완료하고 철수하는 6시간 후에 시작된다"며 "이란이 먼저 휴전을 개시하고, 그로부터 12시간 후 이스라엘이 휴전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전 발효 시점으로 예정된 6월 24일을 기준으로 양국 간 실제 교전이 치러진 기간을 계산해 이번 무력 충돌을 '12일 전쟁(12 DAY WAR)'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휴전 기간 각 상대방은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이번 전쟁을 종결시킨 끈기와 용기, 그리고 지혜를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쟁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었고 중동 전체를 파괴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되지 않았고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이란 정부는 "어떤 휴전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폭격을 중단하면 이란도 공격을 멈출 것"이라며 상호 공격 중단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은 별도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아 사실상 중재안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J. D. 밴스 부통령은 휴전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며 “앞으로 세계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중동 지역에 중요한 재설정의 순간으로 회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 외교전으로 설득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 거점을 전격적으로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군사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나탄즈, 이스파한, 테헤란 등 주요 핵심 지역을 타격했으며, 이 공습으로 이란군 참모총장, 혁명수비대 사령관, 핵 과학자 등 고위 인사들이 사망했다. 이란은 18시간 만에 '진정한 약속 III(Promise III)' 작전을 감행하며 이스라엘을 향한 대규모 탄도미사일 보복에 나섰고, 이후 양국은 상호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주고받는 교전 상태에 돌입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미국의 전면 개입은 중동 정세의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안에 군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하는 듯했지만, 실제 행동은 예고보다 훨씬 빨랐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인 “이란이 평화에 응하지 않으면 더 강한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미군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 3곳(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을 정밀 타격했다. ‘2주 내 결단’이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전격적이고 단호한 군사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틀 후인 6월 23일 이란은 카타르에 위치한 미군 기지(알 우데이드)에 탄도미사일 14발을 발사하며 제한적 보복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공격은 사전에 카타르 측에 통보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발사된 미사일 중 13발이 요격됐으며 사상자도 없었다. 사실상 명분을 위한 시위성 대응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이란이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매우 약하게 반응했다"며 "이제는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도 자제와 평화적 대응을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 개입으로 이란이 한발 물러선 데 이어, 중동 국가들의 적극적인 중재 역시 휴전 합의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23일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총리 몇 외무장관이 이란 당국자와 직접 통화하며, 미국의 휴전 제안을 이란이 수용하도록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UAE, 요르단 등 걸프 국가들과 이집트를 포함한 20개국 외무장관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 중단과 평화 정착, 미국-이란 간 협상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 제기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휴전 이후 중동 정세로 옮겨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정권을 교체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며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 적었다. 이란 국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교전 기간 중 진행된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사한 입장을 내비쳤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정권 교체도 군사 작전의 목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핵 위협과 탄도 미사일 위협의 제거라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면서도 “이란 정권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도 충분히 가능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란 공습 직후에도 “이란 국민은 사악한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며 내부 저항을 유도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휴전 이후 중동은 표면적 평온 속에서도 잠재적 충돌 위험과 복합적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불안정한 균형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주요국의 압박 속에 전면전을 피해 실용적 선택을 하면서 극적으로 휴전이 성사됐지만, 이란의 핵 개발, 프록시 세력의 활동, 가자지구 재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 중동 내 구조적 불안정성이 언제든 긴장을 유발하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미국의 중동 정책 기조 변화, 걸프 지역 수니파 국가들과 러시아·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향후 정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