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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시장판’으로 변하는 글로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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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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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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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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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선거, ‘대가성 공약’ 남발
‘즉석 수표 발행’까지 등장
법령 강화와 유권자 교육 ‘필수’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회성 공약과 현금 지급이 난무하는 가운데 민주주의는 시장으로 전락했다. 기존 연금에 7.6유로(약 12,000원)를 얹어주겠다는 공약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013년에 독일 유권자들의 선호도를 12.7% 움직인 바 있다. 판돈은 더욱 커져 지난 4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선거 지원 단체는 TV 생방송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1백만 달러(약 13억6,000만원) 상당의 수표를 뿌렸다. 뇌물 소송이 잇따랐지만 ‘거래 정치’(transactional politics)는 이제 선거의 주요 승부수로 자리매김했다.

사진=ChatGPT

글로벌 정치, ‘일회성, 선심성’ 공약 난무

현금 지급으로 선거 공약을 대신하려는 정치인들이 승리를 거두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독일의 950억 유로(약 153조원)에 달하는 에너지 구호 패키지부터 인도의 여성 유권자에 대한 복지 공약까지, 각국 정부는 선거에 맞닥뜨려 쿠폰을 남발하고 선거가 끝나면 잊어버린다. 체계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순간적인 환심을 사려는 ‘빅 세일’ 같은 것이다.

최근 기록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유럽 정부들은 총 3,620억 유로(약 582조원)에 달하는 일회성 현금 지원을 했는데 절반이 주요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머스크의 선거 지원 단체들도 7개월 동안 가상 화폐를 포함해 1억 5백만 달러(약 1,432억원)를 뿌린 바 있다. 필리핀에서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댓글 부대와 중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비밀 수표에 대한 조사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지역은 다르지만 논리는 모두 같다. 지금 만질 수 있는 현금이 불투명한 공약보다 힘이 세다는 것이다.

규모 커지고 ‘타깃 맞춤형’으로 진화

단속이 진행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수많은 입법으로도 정치 마케팅의 독창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신 시민들에 대한 교육을 장기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교육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선거자금 이해력’(campaign finance literacy)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12개의 정치 역량 중 최하위로 평가됐다. 물론 독일의 한 결과가 희망을 주기는 한다. 국회의 에너지 지원금이 현금화되는 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이 선심성 정치 행위에 대한 이해와 비판 의식을 높인 것이다.

과거에 쿠폰이 우편으로 배달했다면 디지털 쿠폰은 정확하게 설정된 대상에게 맞춤형으로 꾸며져 도착한다. 머스크의 현장 수표 발행을 지켜본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곧 틱톡을 통해 이틀 만에 240만 명이 시청했다. 저소득 지역의 선거 광고는 ‘현금 보장’을 내걸고 부유층 지역에서는 ‘시민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다. 이렇게 대상을 분리한 선거 전략은 기만적이지만 효력은 막강하다.

선심성 공약 자금 규모 및 출처 ‘공개해야’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은 온라인 정치 광고에 자금 및 대상에 대한 상세 정보를 덧붙일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누가 부담할 것인지까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과 투명성 조치 외에 법령의 강화도 필수적이다. 선거 6개월 이내를 앞두고 발표되는 지원금은 다음 회계 연도로 자동 연기되도록 해야 한다. 또 50유로(약 8만원) 이상의 지원금은 48시간 내에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올려 수상한 패턴이 없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보상을 약속하는 소셜미디어는 사전에 해당 자금을 예치하도록 하고 불법 사실이 밝혀지면 몰수해야 한다.

‘푼돈’에도 움직이는 것이 ‘사람 마음’

일회성 공약이 단지 시장 실패(market failure)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거나 합리적인 유권자들은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13년 독일 어머니 유권자들의 녹색당에 대한 지지율이 30%P 내려간 시점은 기독교민주당이 제시한 7.6유로(약 12,000원)의 추가 연금 공약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독일 연금 공약 대상자 및 비대상자의 공약 정당(기독교민주당) 지지율 추이
주: 1992년 1월 전후(X축), 정당 지지율(Y축), 연금 공약 대상자(좌측), 비대상자(우측), *당시 1992년 1월 이전 출생한 자녀의 어머니들만이 연금 공약의 대상자였음
독일 연금 공약 대상자의 공약 정당(기독교민주당) 및 반대당(녹색당) 지지율 추이
주: 조사 기간(X축), 정당 지지율(Y축), 공약 정당(검정), 반대당(청색), *2013년에 선거 실시

규제가 기부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반대도 있지만 시점을 조정하자는 것이지 자선을 억누르자는 얘기가 아니다. 금권 선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체념성 반대에 대해서는 최근의 성공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2023년에 시행된 스페인의 ‘선거 청렴법’(Electoral Integrity Act)은 첫해에 대가성 현금 관련 기소를 38% 줄이면서 유권자 신뢰도는 올리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민주 정치는 한 번의 뇌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금의 소재와 규모, 가치에 대해 질문을 멈췄을 때 서서히 약화한다. 7.6유로(약 12,000원)에도 투표 결과가 바뀐 적이 있는데 지금 유권자들이 마주하는 유혹은 훨씬 번지르르하게 포장되고 인플루언서가 보증하는 공짜 선물이다.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더 값싸게 팔려나갈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omise-Literate Citizens: Teaching Against the Politics of One-Off Coupon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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