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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영일 동맹,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중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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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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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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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日, 항모·기술 연계로 인도태평양 억지력 구축
다자안보 한계 넘은 맞춤형 양자 협력 부상
공급망·무기 공동조달로 실질 대응력 확대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도태평양에서 기존 안보 구도의 균열이 선명해지고 있다. 먼저,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대만에서는 유사시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 믿는 비율이 37.5%까지 떨어졌다. 불과 9개월 전보다 7%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국유기업을 동원해 일대일로(BRI) 참여국들과 1,240억 달러(약 167조원) 규모의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일본은 독자 대응에 나섰다. 같은 해 방위비로 8조7,000억 엔(약 74조원)을 편성하며 전년 대비 9.7% 늘렸고, 이는 1945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세 방향의 움직임은 하나의 교차점에서 맞물린다. 지금 이 지역에서 관건은 병력의 숫자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동맹이 있느냐다. 이제 일본과 영국의 안보 협력은 단순한 보완책을 넘어, 흔들리는 질서 속에서 새로운 억지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ChatGPT

방위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

일본의 대영 접근을 미일 동맹 보완이나 다자전략의 일부로 해석하는 시각은 현 상황의 긴박함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분명한 ‘방위 중심’ 시각이다. 도쿄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보완하고, 자국의 반격 능력을 정당화하며, 실제 군사 대응이 가능한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영국은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전단, F-35B 전투기 운용 능력을 갖춘 군사 강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외교적 영향력도 갖추고 있다. 양국은 2025년 1월 외교·국방 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체인 ‘2+2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이 성명에서 양국은 규슈 남서 해역부터 오키나와를 거쳐 대만에 이르는 난세이 제도 인근에서의 공동 억지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기존에는 무역이나 경제 협력이 양자 외교의 핵심이었지만, 이번에는 방위 협력을 앞세운 것이다 중국은 동맹 간 연합 대응 체계의 빈틈을 분석해 도발 수위를 조절한다. 허점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군비 증강 이상의 억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술과 전략이 만나는 접점, AUKUS와 GCAP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2단계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은 극초음속 무기, 사이버 안보, 양자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가장 먼저 협력에 나선 파트너 중 하나로 떠올랐다. 2026년까지 관련 기술 실험을 위한 알고리즘 테스트장을 제공하겠다는 일본의 제안에 호주와 영국은 즉각 지지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글로벌 전투 항공프로그램(Global Combat Air Programme, GCAP)’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차세대 전투기를 함께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25년에는 영국 레딩에 통합사령부를 세우는 단계까지 진전됐다. 일본도 나고야 고마키 기지에 연동 시설을 구축하며 기술 운용을 병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이 사업으로 약 4,500개의 방위산업 일자리가 창출됐다. 최근 GCAP에서 이탈리아는 기술 이전 문제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영국의 파트너십 가치를 더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다.

일본 무기체계 개발 예산에서 영국과의 공동 연구개발 비중은 2025년 기준 21%로, 2023년 8%에서 급등했다. 빠르게 확장되는 협력의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적 자본력에 대한 전략적 대응 의지가 깔려 있다.

2021~2025년 상반기 일본 국방예산 및 중국 일대일로(BRI) 계약 지출 금액 비교(단위: 조 엔, 억 달러)
주: 연도(X축), 금액(Y축)/일본 국방예산(막대그래프), 중국 BRI 계약 지출 금액(선 그래프)

영국의 해양 영토와 인프라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인도태평양 개입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영국은 태평양과 인근에 피트케언 제도, 영국령 인도양 지역 등 다섯 개의 해외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은 포르투갈 본토보다 넓다.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미군 폭격기의 작전 기지로, 피트케언 해역은 해양 보호 체계 ‘블루벨트’ 아래 중국의 불법 어업 활동을 감시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이런 해상 감시망은 영국 항공모함 전단의 인도태평양 배치를 지원하며, 일본 자위대의 항모 ‘가가’함과의 합동훈련도 예정돼 있다.

또한, 싱가포르항만은 여전히 영국 군함에 개방돼 있어 과거 제국 네트워크가 현재의 물류·군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자산을 기반으로 영국은 약 460만㎢의 작전 범위를 확보하며, 이는 중국의 ‘구단선’ 주장 해역과 비슷한 규모다. G7 중 미국을 제외하면 이런 해양 지렛대를 가진 국가는 없다.

무기 너머의 억지, 경제 안보

양국은 2025년 3월 ‘경제 2+2’ 회의를 열고, 반도체 공급망과 군수물자 조달의 공동 분담 구조를 구축했다. 반도체 공정 전 단계를 양국이 나눠 담당하며, 공급망 중복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는 중국이 7나노 공정 기술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 인공지능 기반 정밀 타격 시스템 개발이 최대 2년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군사력 못지않게 기술 기반 공급망의 억지력이 향상되는 셈이다.

군수물자 공동 조달도 강화됐다. 일본은 올해 9,000억 엔(약 76조원)을 탄약·미사일에 배정했으며, 영국은 전자부품과 추진체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해 상호 보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조달 분업은 무기 단가를 낮추고 예비 물량 확보에도 기여한다.

확산되는 네트워크, 필리핀과 인도

영일 안보 협력은 제3국과의 연계로 확대되고 있다. 필리핀은 2016년 남중국해 중재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일본과의 방위 협정에 영국과의 협정 조항을 모델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은 인도와의 방위협력에서도 영국이 인도 해군과 시행한 ‘신뢰 기반 하드웨어-데이터 교환’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RUSI)는 일본이 이 같은 소규모 협력망 중 절반만 체결해도, 중국의 해상 수입 항로 중 58%가 2028년까지 수출 통제 체계 아래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양자 간 네트워크는 단순한 수적 증가가 아닌, 공급망과 기술 체계의 상호운용성이라는 구조적 억지력을 창출한다. 미국이 여기에 언제든 복귀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전면에서 모든 전략을 주도하는 존재는 아니다.

예상되는 반론과 현실

일각에선 영국의 인도태평양 개입이 브렉시트 이후의 무리한 확장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영국은 2027년까지 GDP 대비 방위비를 2.5%로 확대할 계획이며, 해외 작전용 예산으로도 220억 파운드(약 37조원)를 확보했다. 일본의 녹색기술 투자 역시 75억 파운드(약 12조7,000억원)를 넘어서면서, 양국 협력은 비용 대비 효과가 분명하다.

전력 자산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AUKUS 핵잠수함이 항공모함보다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핵잠수함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미국 내 생산 지연으로 실전 배치가 2040년대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영국 항공모함 전단은 이미 작전 능력을 갖췄고, 일본 항공자위대와의 연합 운용 체계도 확보돼 있어 단기 억지력 측면에서 훨씬 실효적이다.

공동 전투기 개발사업인 GCAP 역시 일정 지연이 지적되지만, 실상은 외부 참여를 배제하면서 프로젝트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레딩에 설치된 통합사령부는 명목상 조직이 아니라, 실제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이처럼 양국은 시간표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계획 이행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에 대응하기엔 영일 협력이 역부족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2025년 BRI 관련 해외 지출 가운데 40%는 고위험국 지분 투자로, 회수 가능성이 낮다. 반면 일본과 영국은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 기술 등 이중용도 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금액 대비 억지 효과와 파급력이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양자 동맹의 억지력 정교화

동맹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수록, 그 틈을 파고드는 도발 위험은 커진다. 일본의 군비 증강, 중국의 자본 투입, 미국의 영향력 약화는 모두 불확실성이라는 하나의 경로로 모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영국과 일본의 협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필연이다.

양국은 항공모함과 미사일 기지를 연계하고, 수출 통제 기술과 인공지능 무기 체계를 함께 구축하며, 해양 거점과 본토 방위 능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공동 억지력을 강화해 왔다. 이는 유사시 중국이 먼저 대응 부담을 따지게 만들고, 무력 시도에 대한 진입 장벽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양국은 다음 회계연도 예산에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항구적 재원을 반영해야 하며, 경제 안보 협력인 ‘경제 2+2’ 채널도 장관급 상설 기구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마닐라, 델리 등 지역 주요국과의 협정도 구체화해 2026년까지 연결망을 완성해야 한다. 신뢰는 한 번 흔들리면 급속히 무너질 수 있지만, 지금 단단히 구축해 두면 인도태평양 질서를 안정과 다극성의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Hedge to Keystone: Why a UK–Japan Security Alliance Is the Indo‑Pacific's Best Bet Against Great‑Power Volatilit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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