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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75%, 국내 은행권 대출 없이 주택 구매 외국인 보유 주택 10만 가구, 역대 최대치 기록 자국 대출·해외 자금 등 이용 시 규제 사각지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의 주택 매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인의 경우, 국내은행을 통하지 않고 주택을 구입한 비율이 전체 보유 주택의 7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피해 자국 금융권의 대출이나 해외 자금, 현금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투기성 거래, 내국인 역차별 등의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 주담대 1.3조원, 2년 새 33% 늘어
22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총 2조8,3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4%(3,5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외국인의 국내은행 주담대는 2022년(2조2,246억원)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인 대상 주담대 잔액은 1조7,425억원으로 전체 외국인의 61.4%를 차지했다. 2022년 1조3,111억원이던 중국인 주담대 잔액은 2년 새 32.9% 늘어나 외국인 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3년간 중국인 대출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중국인 주담대 건수는 2022년 1만2,000건에서 2024년 1만4,000건으로 매년 1,000건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주담대도 연평균 1,000건꼴로 늘어나 신규 대출 상당수가 중국인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가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점유 실태를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보유 주택은 5만6,301호로 같은 기간 주담대 건수(1만4,000건)을 고려하면, 중국인 주택 보유자의 75%는 국내은행 대출 없이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 보유 주택 수와 대출 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상당수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 거래 시 자국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해외 자금, 현금 거래 등을 이용한다는 점은 이미 업계에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통하고 있다. 더욱이 개인이나 법인이 여러 주택을 양도받거나 가족·친인척을 대리인·대주주로 내세워 간접 소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공공통계에서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 1건의 대출로 여러 주택을 함께 담보로 통합 대출·집합담보 방식 역시 통계상 분리 집계가 어려워 외국인 자본의 실질 영향력은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은 규제 지역 매입 후 신고하는 방식
업계에서는 공식 통계가 다양한 외국인 주택 구매 사례를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 만큼, 국내 금융 시스템과 규제도 사각지대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외국인이 국내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내국인과 동일하게 취급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각종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은 신고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규제 지역 부동산 매입도 어렵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국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않고 89억원에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1988년생 중국인이 매입하기도 했다. 현재 시세는 110억원에 달한다.
특히 6·27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정부 대출 규제가 내국인에게만 불리하고 대출규제를 피해 가는 중국인 등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 집을 사기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규제는 해외에서 대출을 일으킨 자금으로 매수에 나서는 외국인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 또 1주택자 이상이 수도권에서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내국인의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이 역시 외국에서 자금을 들여오는 외국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아울러 외국인의 경우 가족 관계 확인이 쉽지 않아 양도세·다주택 중과세 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둘러싸고 외환 규제 회피, 대출금 목적 외 사용 등 각종 위법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외환 규제를 우회해 거액의 자금을 불법 반입한 뒤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대출 목적을 위반한 투기성 거래는 총 433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92건(44.3%)은 중국인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외국인 주택·오피스텔 거래 불법행위 기획조사’에서도, 해외 자금을 불법 반입한 사례가 36건 적발되며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외국인 주택 매수 실태 조사' 착수
이런 상황에서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어질 경우, 한국인은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마련에 제한이 많아지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집은 늘어나 내국인 역차별과 시장 교란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보유 국내 주택은 총 10만216가구로 2023년 말과 비교해 9.6% 늘어난 수치다. 2022년 말보다는 20%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의 확대 폭이 컸다. 지난해 외국인 소유 단독주택 증가율은 6.9%였고 아파트와 연립·다세대는 각각 9.9%, 9.7%를 기록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외국인 주택·토지 매수 증가에 따른 내국인 역차별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관세청·법무부·해외 금융기관 등 관계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법 개정 등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외국인 거래의 경우, 실거주 의무, 용도 위반 여부 등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일부 지역에서 실거주나 영업 목적 허가와 달리 실제로는 방치 또는 임대된 사례를 적발해 이행 명령 등 불이익을 부과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주택 소유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세계 주요 도시의 사례도 검토 중이다. 캐나다의 경우, 외국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벤쿠버, 토론토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을 장악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재무부가 나서 외국인 주택 소유 금지 조치 소멸 시한을 2025년 1월 1일에서 2027년 1월 1일로 2년간 연장했다. 호주는 지난 4월부터 비거주 외국인의 기존 주택 매입을 2년간 전면 금지하고, 외국인이 거주용 부동산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국인보다 7~8%가량 더 내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