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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율 10%P 낮췄다" 막 내린 美·日 관세 협상, 산업계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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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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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지지부진하던 관세 협의 겨우 끝맺어
"車 관세 내렸다" 日 완성차 업계 숨통 트일까
대미 투자 약속한 日, 소프트뱅크에 혜택 돌아간다?

장기간 공회전하던 미국과 일본의 무역 협상이 막을 내렸다. 일본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쌀·자동차 등의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관세율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시장은 양국이 도출한 결론이 향후 자동차·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계에 몰고 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日과 대규모 협상 마쳐"

2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방금 일본과의 대규모 협상을 마쳤다”며 “아마도 역대 최대 규모의 협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향후 미국에 약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이 협상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이와 같은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특정 농산물, 기타 품목을 포함한 무역을 개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도 강조했다. 쌀 시장 개방 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일본이 협상 타결을 위해 뜻을 꺾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일본에 부과되는 상호 관세율은 15%로 결정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7일 일본에 서한으로 통보한 관세율(25%) 대비 10%P가량 낮은 수준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모든 국가에 동일한 수준의 품목 관세를 부과해 왔던 미국이 일본과의 협의 과정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산 자동차에는 기존 기본세율 2.5%를 포함해 총 15%의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가슴 쓸어내리는 日 완성차 업계

시장은 이번 무역 협상이 일본 자동차 업계에 몰고 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전쟁 발발 이후 시장 판매가 인상을 최소화하고, 미국 현지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왔다. 관세로 인해 최종 판매가가 상승할 것을 고려, 대미 자동차 수출 가격을 낮춘 것이다. 실제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6월 무역통계(속보치, 통관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7% 급감했으며, 수출 대수는 증가 추이를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으로 인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현지 업계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 엔(약 19조2,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로 꼽히는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올해 4~5월에만 1,800억 엔(약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3조8,000억엔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조8,824억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혼다도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이륜차를 포함한 2025년도 영업이익이 6,500억 엔(약 6조3,000억원)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닛산은 최대 4,500억 엔(약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예상 중이다. 마쓰다는 관세 영향으로 올해 4월에만 90억∼100억 엔(약 860억∼960억원) 규모의 이익이 증발했다고 밝혔고, 미쓰비시는 2025년도 이익이 400억 엔(약 3,85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관세율 하향 조정은 마진 감소에 허덕이는 이들 기업에 있어 명백한 호재인 셈이다.

5,500억 달러 투자금 어디로 가나

일본이 이번 무역 협정을 계기로 미국에 투입하기로 약속한 대규모 투자금의 향방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해당 자금이 일본 소프트뱅크의 미국 인공지능(AI) 시장 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가 공언했던 AI 투자 계획들을 뒷받침하며 미국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수차례에 걸쳐 미국 AI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단언해 왔다. 지난 1월 발표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 3사가 협력해 2029년까지 미국 내에 최대 5,000억 달러(약 690조원)를 투입,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의장을 맡아 재무와 전략을 총괄하고, 오픈AI가 이를 임대받아 운영할 예정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성 자산이 4조4,763억 엔(약 41조원, 지난해 9월 기준)에 불과한 만큼, 실탄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실제 해당 프로젝트는 발표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를 통해 손 회장이 대만 TSMC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 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로봇·인공지능 산업단지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선전에 버금가는 초대형 산업단지를 조성, 첨단기술 제조업 패권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크리스털 랜드’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어떤 기업이 프로젝트에 투자를 실시하고, 단지에 공장을 지을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손 회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여러 테크 기업에도 투자 의사를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기업 역시 역할이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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