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관계 개선 나선 캐나다, 트럼프 압박 벗어나 시장 다각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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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리 "中과 건설적인 협상 진행해" 中 시진핑과의 회동 등 추가 협상 가능성 자국 산업 타격에 전기차 관세 철회 검토

지난해부터 중국과 무역 갈등을 이어온 캐나다가 최근 무역 회담을 열고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번 회담은 미국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대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최근 캐나다는 동남아시아, 남미 등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여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加·中, 철강·전기차·카놀라 등에 대해 논의
2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총회에 참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전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무역 회담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 측은 "카니 총리와 리 총리가 건설적인 회담을 진행했다"며 "양국이 관세 갈등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함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조만간 카니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동을 비롯해 양국 고위급 교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캐나다산 농식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반격했고, 이후 수개월간 양국의 긴장 국면이 이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6월 리 총리는 카니 총리와의 통화에서 "양국 간에 뿌리 깊은 이해 상충이 없다"고 말했고 이번 회담 직후에는 카니 총리가 "철강, 전기차, 카놀라 등 농식품과 해산물 등의 관세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관세 철회 시 농수산업 수출 정상화 가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실용적 접근에 기반한 무역 관계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갈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캐나다 정부는 회담 이전부터 자국 농업을 살리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100% 관세를 철폐 혹은 완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해 왔다. 실제로 최근 히스 맥도널드 농업부 장관은 캐나다의 민영 방송사 C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중국 전기차 관세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농민 보호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캐나다 농산품 수출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교역국으로, 지난해 캐나다산 카놀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37억 달러(약 5조1,8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4월 중국의 보복 조치로 캐나다 농수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와 종자, 완두콩에 100% 보복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비롯해 어패류를 포함한 수산물에는 25%의 관세를 부과 중이다. 중국의 관세 조치 발표 직후 캐나다산 카놀라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7% 급락했고, 대서양 인접 지역의 수산업도 수입 감소 압력에 직면했다.
만약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중국 역시 캐나다산 농수산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회한다면, 캐나다의 농업 수출 정상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의 대량 유입으로 침체된 캐나다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퀘벡 등 주요 지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중단하면서 올해 2분기 캐나다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2% 급감했고, 신차 판매 비중도 18.3%에서 8.6%로 떨어졌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역시 같은 기간 2.2% 감소했다.
인니와 포괄적 무역협정 체결 등 시장 확대
캐나다가 미국과의 무역 분쟁 속에서 대체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는 중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카니 총리가 리 총리와 만난 24일, 캐나다는 인도네시아와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며 대미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행보에 속도를 냈다. 특히 이번 합의는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국가와 체결한 첫 무역 협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마닌더 시두 캐나다 국제통상부 장관은 “이번 협정은 양국 정부의 비준을 거쳐 1년 내 발효될 예정”이라며 “양국 교역 규모가 6년 내 두 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정으로 캐나다는 향후 8~12개월 안에 전체 수출품의 95%를 인도네시아에 무관세로 수출하게 된다. 주요 수출 대상은 농업, 에너지, 통신, 국방·항공우주 산업 분야다. 인도네시아가 차세대 원전 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원자력 수출 가능성도 열렸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50억 캐나다달러(약 5조원)에 불과하지만, 캐나다 수출 시장에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최대 수출국이다. 캐나다는 이번 협정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 전반으로 교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는 현재 필리핀과도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다. 이어 말레이시아·한국·일본으로 협상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남미 국가연합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으로 구성된 경제 협력체다. 최근에는 에너지 분야로까지 품목을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7월 캐나다는 아시아에 처음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개시했다. 미국 중심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아시아, 남미 등으로 경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