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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분수령으로 떠오른 ‘비자’, 김민석 총리 “비자 해결 전까지 美 투자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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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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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구금 사태 이후 한미 통상 의제 부상
한국 대규모 투자와 현지 숙련 인력 부족 충돌
트럼프, 단속 정당화에서 합법적 인력 수용으로 선회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계기로 비자 문제가 한미 협력의 화두로 부상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비자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대미 투자는 진전될 수 없다고 경고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비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현지 전문 인력 부재와 한국의 대규모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비자 문제가 관세 협상의 분수령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리·이 대통령, 비자 개선 촉구

24일(이하 현지시간) 김 총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때까지 미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사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공식적으로 보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수의 근로자들이 미국에 입국하거나 재입국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과 가족들은 안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행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시 미국에 들어가길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대통령도 22일 미국 상하원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의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두고 미국 전문인력 비자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을 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우리 전문 인력의 구금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고, 이에 미국 의원들은 비자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양국 정부의 비자 개선 노력이 ‘한국 동반자법(PWKA·Partner With Korea Act)’의 의회 통과에도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4명 중 1명만 취업비자 발급

한국 동반자법은 전문 교육을 받은 한국인 기술자를 대상으로 전문인력 취업 비자(E-4 비자)를 연간 최대 1만5,000개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비자가 최근 지나치게 제한돼 있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한국에는 별도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호주는 1만500명, 싱가포르는 5,400명, 칠레는 1,400명의 쿼터를 확보했지만 한국은 아직 전용 취업비자가 없다.

비자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취득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그간 한국 기업은 미국에 방문할 때 대부분 ESTA(전자 여행비자)나 B1(단기 출장용) 비자를 활용해 왔다. 취업 비자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요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력을 보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 미국 이민국(USCIS)에 따르면 H-1B(전문직 취업용) 비자의 상한은 8만5,000개지만, 2026년 신청자 수는 총 35만8,737명이다. 신청자의 약 24%만이 실제 발급받는 것으로, 매년 H-1B 비자를 발급받는 한국인은 2,000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동반자법은 조지아 구금 사태로 불거진 한미 간 비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 해법으로 꼽힌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은 기술자를 미국에 파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기존 '6개월~1년'에서 '1개월 이하'로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국 동반자법에 대한 미국 의회의 지지와 관심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2013년 118명으로 고점을 찍었다가 2017년 85명, 2021년 54명으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미국 사회에 이민 반대 정서가 만연해지면서 최저치인 3명(영 김 공화당 의원, 시드니 캠라거-도브 민주당 의원,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공화당 의원)으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가 행정 차원에서 비자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한시적이고 분쟁 여지가 많기 때문에 입법 촉구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행정 조치는 임시방편으로 미국 행정부가 바뀌거나 여론이 흔들리면 언제든 또 달라질 우려가 있다"며 "당장은 행정 부문에서 개선할 부분을 찾아야겠지만 '투트랙'으로 의회를 설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고용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사진=ICE 홈페이지

미국, 투자 압박하면서 ‘비자 발목’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한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중요성을 트럼프 행정부에 환기시킬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이번 조지아 공장 단속 강화는 미국인 고용을 늘리라는 압박에서 시작됐지만, 공장 건설이나 초기 가동에 필요한 수준의 기술·전문성을 갖춘 현지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2024년 1,300억 달러(약 181조원)에 이를 만큼 미국 공장을 늘렸지만, 현지 숙련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어왔다. 미국에선 용접공 같은 제조업 필수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05년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 준공 이후 20년 동안 시행착오 끝에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해야 했다. 지난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도 한국인 50명을 파견해 현지 인력을 교육하고 있다. 고용 이후 생산성도 한국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껏 훈련시켜 놨더니 몇 달 만에 공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미국에선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일부 공장에선 고용한 현지인이 마약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최근 10년 새 미국에 지은 배터리·자동차·반도체 등 최신 공장에선 숙련 기술직이 더욱 중요하다. 단순 노동이 아닌 복잡한 기계 조작 및 유지·보수를 맡을 기술 인력이 공장 생산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 한 업체 임원은 “공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한국 기술자를 급히 보내 해결한 적도 있다”며 “하청-재하청 구조 밑단으로 갈수록 비자 관리가 허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한 상태다. '불법 체류자'라고 표현하며 이민 당국 단속이 정당했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인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 사람들이 복잡한 일을 할 수 있게 훈련하도록 일부 인력을 들여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잠시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게 해야 한다. 그 부분을 살펴볼 거다"라며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지만, 전문가들을 불러와 우리 국민들이 훈련을 받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곧이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며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신속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마련하겠다"며 "그 대가로 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초 대대적 단속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다 부작용 지적이 잇따르자, 자세를 다소 바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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